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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책 중 60㎏ 검은 개의 습격…전과 6범인데 무죄 받았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산책로에서 로트와일러가 스피츠를 공격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8시 여성 A씨(45)는 스피츠 견종의 반려견 ‘태미’와 함께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의 뒷산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A씨 앞을 맹견인 새카만 수컷 로트와일러가 막아서더니 태미를 향해 돌진했다. A씨가 온몸을 던져 로트와일러를 막아서고, 로트와일러의 주인인 듯 보이는 70대 남성도 목줄을 쥐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스피츠는 통상 5~10㎏에 불과하지만, 로트와일러 수컷은 50~60㎏에 달하는 대형견이다. 입마개를 차고 있어 태미는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A씨가 로트와일러를 말리다가 타박상을 입었다고 한다. 당시 A씨는 바디캠을 차고 있어서 로트와일러의 습격 장면은 고스란히 녹화됐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산책로에서 로트와일러가 스피츠를 향해 달려들자, 로트와일러의 목줄을 놓쳐버린 견주가 온 몸으로 이를 막고 있다. 로트와일러의 목줄을 잡은 손은 A씨 손이다. 로트와일러의 입에 있던 입마개는 이미 풀린 상태다. [독자제공]
A씨는 일주일 뒤인 같은달 25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로트와일러 견주 B씨(76)를 과실치상죄로 고소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로 판단하고 불송치 결정했다.

불송치 사유서에 따르면 경찰은 “객관적인 정황상 피의자(로트와일러 견주 B씨)는 최초 산책로 정자에서 로트와일러의 목줄이 묶여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입마개 또한 착용시킨 상태로 확인되며, 피해자와 원한 관계 등이 전혀 없다”는 이유를 적었다. A씨의 타박상에 대해 “시일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며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도 했다.
로트와일러와의 사투 끝에 생긴 상처. A씨는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했으나, 서울 은평경찰서는 이에 대해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했다. [독자 제공]
이 로트와일러 습격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 검정 대형견은 2020년 7월에도 은평구 불광동의 한 골목길에서 태미와 동일한 견종의 스피츠를 물어 죽이고, 그 견주 C씨를 공격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전력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로트와일러 견주 B씨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당시 재판에서 “다른 개를 물어 죽이도록 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재물손괴죄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견주가 공격을 지시하는 등 재물손괴의 고의가 없는 이상 개가 야생의 본능에 따라 다른 개를 물어 죽인 데 대해선 죄를 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스피츠 견주를 다치게 한 부분만 동물보호법상 맹견관리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불광동 주민들은 2020년 재판 당시 B씨가 로트와일러를 입양보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얼마 안 있어 “입양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도로 데려왔다고 한다. B씨 이웃인 D씨(30)도 “어머니가 길에서 폼피츠 견종의 반려견 탄이를 산책시키던 중 이 로트와일러가 탄이를 물어 죽였다”며 “그 후로 어머니는 이 검은 로트와일러가 지나가면 문 안으로 숨었다가 나간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또 다른 이웃 D씨도 2019년에 잠시 데리고 있던 리트리버가 B씨의 로트와일러에게 공격 당하는 사고를 입었다고 한다. D씨는 “주민들이 무서우니까 입마개를 해달라고 해도 견주 B씨는 늘 ‘괜찮다. 안 문다’고 말한다. 해코지할 수 있단 걱정에 물리고 나서도 치료비 청구는커녕 사과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은평구청 측은 “최근 로트와일러 견주가 개를 다른 곳으로 입양보냈고, 은평구에서 이를 직접 확인했다"며 "다시 개를 데려오는 일이 없도록 잘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로트와일러가 주변 개를 문 것이 직접적인 증언으로 확인된 것만 6건이다.
서울 은평경찰서서 A씨에게 공개한 불송치 이유서. ″고소인이 제출한 피해 부위 사진으로 볼 때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적혀 있다. [독자 제공]
태미의 견주 A씨는 경찰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A씨는 “습격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 로트와일러는 목줄이 풀린 채 돌아다니고, 입마개도 움직임 몇 번에 풀어져 버린다”며 “실수로 끊어진 것이라고 해도 주인의 관리 책임이 없다고 판단해버리면 끝이냐”고 반문했다.

법원에서도 A씨처럼 직접적인 개물림 피해가 아니라, 개물림을 막으다가 발생한 부상에 대해 과실치상죄를 적용한 전례가 있다. 2022년 12월 창원지법은 그해 1월 28일 경남 창원의 한 거리에서 리트리버 2마리가 몸집이 작은 강아지를 공격해, 해당 견주가 리트리버들을 제지하다가 발목을 접질려 2주간 상해를 입은 사건에 대해 과실치상을 인정했다. 창원지법은 리트리버 견주에게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법적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동물 관련 사건을 주로 수임해 온 법무법인 청음 조찬형 변호사는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동물 소유자는 동물이 기르는 곳에 벗어나지 않게 관리해야 하고, 이를 위반해 사망이나 상해를 초래한 경우엔 각각 2~3년 이하 징역, 2000~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다”며 “현재는 동물보호법을 제한적으로 적용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적극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겨울 로트와일러에게 물려 사망한 갈색 폼피츠 탄이(당시 2세) 의 생전 모습. [독자 제공]



신혜연(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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