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법리 부족" 공수처 면박 준 검찰…초유의 보완수사 갈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의 보완수사 주체를 두고 12일 검찰과 공수처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두 기관의 ‘기싸움’으로 2년 가까이 수사한 사건이 허공에 뜨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상 최초 보완수사 갈등…검·공 ‘사건 떠넘기기’
앞서 공수처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 등이 2013년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설립해 약 7년간 하도급 계약 명목으로 15억원대 뇌물을 수수하고 이중 13억원 가량을 횡령한 정황을 수사해 검찰에 넘겼다. 2021년 10월 감사원 수사의뢰로 시작된 이 수사는 1년 9개월간 수차례의 압수수색과 관계자 119명에 대한 소환조사 등으로 장시간 복잡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김씨에 대한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사실관계 다툼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공수처는 즉시 불쾌감을 드러내며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앞선 조희연·김석준 전 교육감 사건, 송영무 전 국방장관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건 등처럼 검찰이 자체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추가 지적에 대해서는 “영장 기각 후 공여자 등 소환조사 4회, 변호인 의견서 제출 기회 부여 등 보강수사를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돌려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기소를 요구한 5건 가운데 앞선 4건은 모두 검찰이 자체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정했다.
보완수사 규정 전무…공수처법 또 공백 논란
검찰과 경찰의 경우 형사소송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 개정 수사준칙 등에 보완수사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 검찰은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검찰에게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뢰 없는 견제구도’ 기싸움 역효과
공수처법의 해묵은 문제로 꼽혀온 ‘수사권과 기소권의 불일치’도 이번 사태로 또다시 표출됐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고위직 경찰공무원만 기소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자체장, 일부 사정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등은 공수처가 수사는 할 수 있지만 기소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이번 사건도 피의자가 감사원의 3급 공무원이어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다.
김정민(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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