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 ‘허위정보 퍼펙트스톰’ 온다…“AI 가짜뉴스 확산 우려”
같은 날 “2024년 선거와 허위 정보가 전례 없이 충돌하고 있다”는 보도가 미 뉴욕타임스(NYT)에서 나왔다. 올해는 전세계에서 83개의 크고 작은 선거가 잡혀 있는데, 앞으로 최소 24년 안에는 올해와 같은 규모의 선거가 몰리는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NYT는 이런 격변기와 맞물려 각종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무차별 확산될 거라는 우려를 전하며 브루킹스연구소 대럴 M 웨스트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허위 정보의 퍼펙트 스톰”이라고 했다.
“러ㆍ중ㆍ이란, 각국 선거 방해 가능성”
특히 러시아 군 정보당국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소셜미디어 계정 ‘도플갱어’는 국제 뉴스기관을 사칭하고 가짜 계정을 만들어 러시아 선전전에 대거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플갱어는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해 미 정치 뉴스 매체를 만들어 허위 정보를 퍼날라 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이 각국 협력자들과 함께 현지 권력 교체를 꾀한다거나 우크라이나에 비밀 생물학 무기 공장을 운영한다는 등의 음모론이 퍼진 것도 이같은 활동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NYT는 “전문가들은 2022년 미국과 브라질, 2023년 아르헨티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선거 사기 이야기가 계속 진화하고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올해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미 대선이 열리는 해인 만큼 AI가 생성한 고도화된 가짜 콘텐트가 선거판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미시간주 조셀린 벤슨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 보낸 서한에서 “선거에 혼란을 조장하려는 이들이 특정 투표소의 대기 시간, 폐쇄 여부 등을 오도하는 데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르헨 대선 때 딥페이크 영상 혼탁
반면 당시 자유의 전진 소속 극우 성향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현 대통령)은 “(장기 매매 시장이 활성화되면) 아이 출산이 투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영상이 유포됐다. 여기에는 ‘AI 창작물’이란 공지가 적히긴 했지만 밀레이 후보에 부정적 인상을 주려는 의도라는 건 불을 보듯 자명했다.
양극화 대결정치가 허위정보 양산
AI의 선거 악이용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없진 않다. 미국외교협회(CFR) 제임스 린지 수석부회장은 “AI는 우리가 직면한 여러 위협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통제 안된 AI, 전례없는 혼란 부를 것”
미 대선을 앞두고 각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허위 정보를 걸러낼 자체 게이트키핑 기능ㆍ인력을 줄이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미 시민사회단체 ‘프리 프레스’(Free Press)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타(페이스북 모기업)ㆍ유튜브ㆍX 등 플랫폼 업체들이 지난해 부정확한 콘텐트를 차단하는 부서 규모를 줄이거나 조직을 개편했다고 알렸다. 이런 흐름을 두고 프리 프레스의 노라 베나비데즈 선임 고문은 “민주주의 보호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을 앞둔 미국 조 바이든 정부 내에서는 AI 부정적 콘텐트 규제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올해는 AI의 안전한 개발과 사용을 위해 규제 부과를 검토중인 정부 거버넌스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플로리다ㆍ사우스캐롤라이나ㆍ뉴햄프셔 등 일부 주에서는 선거 캠페인 영상의 AI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김형구(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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