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처럼 보일지 몰라도…" 국내 마지막 개시장엔 전화 빗발 [르포]
마지막 남은 국내 개시장, 문 닫을 듯
10일 오전 대구시 북구 칠성시장에서 만난 70대 상인 김모씨는 "지난 40여 년 간 칠성시장에서 개고기·개소주 등을 팔아 생계를 이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개식용 금지 법안이 통과된 이후 ‘문을 닫냐’ ‘이제 못 먹는 거냐’고 묻는 단골 전화가 많이 왔다”며 “젊은 사람 처지에선 야만인 같아 보일지 몰라도 아직 꾸준하게 개고기를 찾는 손님이 많다”라고 말했다.
개식용 금지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유일 ‘개고기골목’이 있는 칠성개시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 식용 목적 사육·도살·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최대 징역 3년에 처하게 된다. 개사육 농장주는 물론이고 도살하고 유통하는 업자, 개고기 음식을 판매하는 업주 등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처벌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2027년부터 적용된다.
이날 오전 찾은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엔 적막감만 감돌았다. 보신탕 집에선 어르신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가끔 칠성시장을 찾는다는 백모(68)씨는 “왜 개를 먹으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설마 했는데 결국 법안이 통과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착잡한 마음에 식사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칠성시장, 한때 50여곳 성업
칠성시장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복날뿐 아니라 평소에도 보신탕을 먹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건강원이나 보신탕 업소도 50여 곳에 이르렀다. 하지만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개시장 안에 있는 도살장은 2020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폐쇄됐고 개 배설물이 바닥에 떨어지도록 만든 이른바 ‘뜬장(철장)’도 철거됐다.
보신탕·건강원은 현재 10여 곳만 남아있다. 이 골목에서 개고기를 팔았던 몇몇 식당은 간판에서 ‘개’와 ‘보신탕’ 자를 빼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일부 상인은 “동물보호단체가 매년 복날 때마다 폐쇄를 요구하면서 많이 지쳤다. 법안이 통과됐으니 빨리 보상받고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대한육견협회 “지원 규모 턱없이 적을 듯”
정부는 오는 2월부터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대한육견협회는 영업손실 보상 명목으로 개 한 마리당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100여개 개농장이 52만 마리의 개를 사육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보상하려면 사실상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회장은 “법안에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하는 문구가 삭제된 채로 통과됐다”며 “전업 지원 규모가 턱없이 작을 것으로 예상돼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말했다.
백경서(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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