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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물가 정책 상반기 집중, 총선용 논란…“정치 일정과 무관"

2023년 5월 15일 경북 울릉군 울릉공항 건설현장. 정부는 이 같은 SOC 투자를 2024년 상반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두고 일부 정책이 오는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의식한 ‘총선용’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민생이 어려운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9일 정치권·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6조4000억원 규모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올해 도로ㆍ항만ㆍ철도 등 SOC 예산을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로 조기 집행(65%)할 예정이다. 상반기 중 내수와 건설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대응이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협회는 정책 발표 직후 “건설투자 위축 등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이라며 환영했다.

이는 하반기에는 올해 전체 SOC 예산의 3분의 1(35%)만 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연구기관 연구원은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책으로, 하반기 정책 공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 기조로 가져가겠다는 정책도 총선용이라는 의혹을 받는다. 고물가를 완화해 서민들의 경제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정부가 밝힌 취지다. 하지만 주요 에너지ㆍ교통 공기업은 이미 재정적으로 한계상황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2021년 이후 누적 영업적자가 45조원가량에 이르고 부채비율이 550% 이상(부채 약 200조원)에 달한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료 같은 공공요금 인상을 계속 미루면 폭탄을 키우면서 돌리기를 하는 꼴"이라며 ”언젠가 폭탄이 터지면 그때 서민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상반기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안을 두고도 논란이 불거진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카드 사용액이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할 경우 해당 증가분에 대해 추가로 20%의 소득공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하반기(10%)보다 더 높다. 올해 상반기 소비 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을 늘려 가계의 신용카드 소비를 앞당기겠다는 목적이다.

지난해말부터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상반기에 물가를 확실히 잡을 것’이라고 공언한 것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며 “SOC 등 재정집행이 상반기에 몰린 점도 상품ㆍ서비스 수요를 끌어올려서 물가상승 압박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안과 관련해 “정부가 말로는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감세정책을 내놓는 건 총선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 규모를 전년 88만3000명에서 올 103만 명으로 확대하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를 통해 취약계층인 노인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집권 첫해 문재인 정부에서 밀어붙인 노인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해 “질 낮은 일자리 양산”이라며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바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건 문재인 정부 때 심각했는데, 현 정부도 닮아가는 모양새"라며 “정치에 영향을 받는 경제정책은 땜질식이어서 다른 정책과 충돌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비판적 목소리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지표 흐름을 볼 때 민생 체감 측면에서 상반기가 어렵다”면서 “(총선) 정치 일정과 관계없이 그런 경제흐름만 보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중(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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