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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달착륙선' 美 페레그린 실패 위기…"중대한 추진체 이상"

미국이 발사한 달 탐사선 페레그린에 ‘중대한 추진체 이상’이 발생해 목표했던 달 착륙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달 탐사선을 쏘아올린 건 1972년 아폴로17호 발사 이후 52년 만으로, 민간 주도의 달 탐사선의 성공 여부가 주목받았다. 일각에선 “달 착륙 임무를 소규모 스타트업인 민간 기업에 의존하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전략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스트로보틱이 공개한 이미지. 페레그린의 외부 단열재가 손상돼 구겨져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페레그린을 개발한 민간 우주 기업 애스트로보틱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추진체 계통의 문제로 연료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현 상태에서 가능한 임무가 무엇인지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달 탐사 야망, 끝났을 가능성 크다"
페레그린은 이날 오전 2시 18분 발사된 후 달 탐사선의 작동에 필요한 전력을 얻기 위해 태양광 패널을 작동시키려 했지만 연료 손실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재는 태양광 패널을 태양 쪽으로 돌려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달 착륙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는 전력을 얻기는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달 탐사의 야망은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애스트로보틱 역시 성명을 통해 “우리 팀은 손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을 고려해 우리가 포착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데이터를 극대화하는 걸 우선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당초 목적대로 페레그린을 달에 착륙시키려는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사실상 계획 실패로 해석했다.

페레그린은 나사가 2018년 발표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 계획에 따라 지상에서 이륙한 첫번째 민간 수송선이다. 나사는 달 개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주도하며 2020년대 후반 달에 상주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달까지 원활한 수송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나사는 이를 위해 CLPS를 통해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 기회를 열어줬다.

당시 나사 관계자는 “CLPS로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그 대가로 인한 위험은 감수해야 하고 일부 업무는 실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또 나사의 과학 부행정관이었던 토마스 주부헨은 CLPS 임무를 하키에 비유하며 “모든 슛이 다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늘어난 민간 참여자로 인해) 더 많은 슛이 골대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미국 플로리다주 메리트 아일랜드의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이륙하는 페레그린의 모습. EPA=연합뉴스

이번에 페레그린이 나사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화물(페이로드) 20종을 갖고 달로 향한 것도 CLPS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나사는 애스트로보틱에 1억800만달러(약 1400억원)를 지불하고, 나사의 장비를 페레그린에 실어 달 표면에 수송하려 했다. 또 나사는 CLPS를 위한 우주선을 다음 달 추가 발사할 예정이었다.

NYT "민간에 의존하려는 나사 전략에 의문"
NYT는 “페레그린이 실패할 경우, 애스트로보틱은 달 착륙을 시도한 세번째 민간 기업이자 세번째 실패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적은 예산을 들여 달에 가는 것이 사람들의 기대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2019년 이스라엘 민간 기업 스페이스아이엘, 지난해 4월에 일본의 민간 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달에 착륙선을 보냈다가 실패했다.

이에 대해 NYT는 “달 착륙 임무를 민간 기업에 의존하려는 나사의 전략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나사의 과학임무국 탐사부 부행정관인 조엘 컨즈는 성명을 통해 “모든 성공과 좌절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이번 교훈을 통해 달 탐사와 상업적 개발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페레그린의 발사 장면. AFP=연합뉴스

한편 페레그린의 실패 가능성이 커지자, 그간 페레그린 발사에 격렬히 반대해온 북미 원주민 나바호족의 항의는 잦아들었다. 달을 신성시해온 나바호족은 “쓰레기로 인식될 수 있는 물건을 달로 수송하는 행위는 신성한 공간인 달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페레그린에는 각종 과학 실험 장비와 함께 예술작품·타임캡슐·비트코인은 물론, 전 미국 대통령(조지 워싱턴, 존 케네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들의 DNA가 실렸다.



박형수(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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