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무 많이? "1000원입니다"…스텔스플레이션 교묘한 습격
서울 강남구의 한 돈가스집은 지난해 7월부터 포장비를 1000원씩 받고 있다. 돈가스와 소스를 담는 용기, 샐러드용 플라스틱통과 종이봉투 등을 모두 합치면 포장용 부자재 가격만 900원에 달한다. 메뉴 대부분이 1만원 이하로 남는 게 많지 않은 데다 바쁜 시간대에 포장시간까지 들다 보니 점점 무료 포장에 부담을 느끼면서 포장비를 따로 받기 시작했다.인근 디저트 전문점 역시 선물용 포장비용 1500원을 따로 받는다. 보냉백 역시 1장당 500원의 비용이 별도로 부과된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모(30)씨는 “원가가 종이가방은 900원, 마카롱을 담는 박스가 400~500원, 보냉백이 350원으로 합치면 1500원이 넘는다”며 “마카롱 가격을 비싸게 받으면 포장비용을 따로 안 받겠는데 그런 게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라진 ‘치킨무 많이’
이코노미스트는 호텔‧리조트나 항공사에서 체크인 수수료를 따로 받거나 공짜로 제공하던 케첩이나 소스 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영국에선 맥도날드 매장에서 이전까지 제공하던 치킨너겟 소스에 비용을 부과하자 고객이 분노하는 영상이 틱톡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자동차 제조사인 BMW는 일부 차량의 ‘엉따’(좌석 온열장치)를 이용하려면 월 18달러(2만4000원)를 내야 하는 구독서비스를 발표했다가 소비자 반발에 철회했지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구독서비스 도입은 이어지고 있다.
기름 넣어주는 서비스도 비용 청구
서비스 가격에 비용을 부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부천의 한 주유소는 지난해 ‘신속주유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주유비 2000원을 별로도 받았다가 논란이 됐다. 휘발유‧경유 가격을 낮게 받는 대신 직원의 주유서비스에 비용을 메긴 것이었는데 가격을 꼼수로 책정했다는 비판이 일자 최근엔 셀프주유소로 업종을 변경했다.
포장비도 배달비처럼 대중화 우려
자장면‧치킨 등 음식값에 당연히 포함된 것처럼 여겼던 배달비는 2018년 교촌치킨이 처음 도입한 때만 해도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이제는 일상화됐다. 포장비가 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은 코로나19 고통 분담을 이유로 포장주문 수수료 청구를 유예해왔다. 그러나 올해 3월이면 포장주문 수수료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포장비용 소비자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물가상승 장기화에 꼼수 인상 늘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기업을 비롯해 생산자 측에서 물가를 여러 차례 올려왔는데 또 올리면 소비자가 반발할 수 있으니 공짜였던 비용에 교묘하게 값을 매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같은 가격에 용량만 줄어드는 슈링크플레이션에 이어 스텔스플레이션까지 나타나면서 결국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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