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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도 명품은 못 건드렸다…'연매출 5조' 파페치 성공 비결 [비크닉]

비크닉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쇼핑 앱이 잔뜩 깔려있는 마케터 한재동입니다. 백화점 아이쇼핑이 취미인 분들이 계시듯이 저는 쇼핑 앱 아이쇼핑을 즐겨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포털 뉴스 구경이 지겨워지면 쇼핑 앱을 하나씩 실행하는데, 덕분에 커머스 앱부터 SPA, 중고장터까지 하루에도 열 개가 넘는 쇼핑 알람이 쌓입니다. 그중 요즘 가장 열심히 알람을 보내는 글로벌 명품 커머스 플랫폼 파페치(Farfetch)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사진. 파페치 홈페이지

명품은 온라인으로 팔기 어렵다?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이제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오프라인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가 있죠. 바로 명품입니다. 단가가 비싸서 아직 온라인 구매의 심리적 장벽이 높고, 위조품의 우려도 있기 때문이에요. 예전부터 직구와 커머스몰의 병행 수입 판매 등의 구매 루트가 있지만 여전히 명품은 백화점 정식 매장을 이용하는 이유입니다.
백화점 명품 오픈런 이미지. 사진 뉴시스
돈이 되는 곳이니 누군가는 반드시 답을 찾겠죠?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 명품 커머스 앱이 등장했어요. 그들은 병행수입의 약점인 정품 보증을 직접 했어요. 위조품을 보상하겠다는 프로모션과 유명모델 기용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나 투자심리 위축과 위조품 판매 논란 등으로 다시 고비를 맞았죠.


해외에서도 명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겠다는 시도가 많았어요. 온라인 커머스 업계의 세계 최강자 아마존도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성공적이지 못했어요. 아마존의 ‘럭셔리 스토어’에는 정작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습니다. 위조품 관리가 안 되고,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온라인의 최저가 이미지가 브랜드 평판에 좋지 않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았죠.



아마존도 실패한 명품시장, 파페치의 성공비결은?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도 고전하고 있는 명품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가 바로 파페치입니다. 파페치에는 50개국 이상 약 1300개 브랜드와 부티크가 입점해 있어요. 구찌와 버버리 등 하이엔드 브랜드가 컬렉션을 직접 제공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명품 온라인 판매의 가장 큰 약점인 위조품 리스크가 없죠.

파페치는 2007년 포르투갈 출신의 사업가 조세 네브스(José Neves)가 영국에서 설립했습니다. 창립자 네브스는 구두 장인인 할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부터 패션 산업을 접했기에 럭셔리 브랜드의 생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죠. 그는 명품의 1차 도매상 역할인 유럽 내 ‘부티크’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파페치 창업자 조세 네브스. 사진 파페치 홈페이지
편집매장 등 중소 업체를 활용하던 ‘10 CORSO COMO’와 같은 유럽 부티크들은 오프라인의 한계를 경험하곤 온라인 전환을 꾀하던 차였어요. 많은 부티크가 파페치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파리, 밀라노 부티크들이 파페치를 통해 온라인으로 괜찮은 실적을 올리게 됩니다.

파페치는 2014년 연간 매출 2억 달러를 돌파하고, 2018년 9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게 됩니다. 현재 190여 개국에 진출해서 지난해 연간 매출(GMV) 41억 달러에 달하는 성장을 이루어내요.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사업영역까지 확장



파페치의 주력 비즈니스는 온라인 플랫폼 거래 수수료입니다. 그리고 이런 노하우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한 브랜드와 플랫폼에 B2B 형태의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강력한 유통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니, 브랜드를 소유하고 비즈니스를 하면 더 시너지가 날 수 있겠죠? 그래서 2019년 오프 화이트(Off-White)를 비롯한 다양한 스트릿 브랜드를 보유한 뉴 가즈 그룹(New Guards Group)을 인수합니다.

2021년 뉴 가즈 그룹과 파페치가 제작한 자체 브랜드 데어 워즈 원(THERE WAS ONE)을 론칭해요. 우리나라에서도 무신사가 플랫폼이 패션업계를 평정하자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잖아요. 마찬가지로 패션 플랫폼으로 업계 최정상에 오르자 플랫폼의 한계를 넘기 위해 자체 브랜드 론칭을 선택한 거죠.

파페치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2015년 영국의 명품 부티크 스토어 브라운스(Browns)를 인수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고, 2018년에는 스니커즈 리셀러 매장 스타디움 굿즈(Stadium Goods)도 인수했습니다.

IT 솔루션의 오프라인 매장 접목도 시도하고 있어요. 바로 ' 미래의 상점(store of future)'입니다. 그곳에서는 파페치 앱의 고객 쇼핑 데이터를 통한 오프라인상의 제품 추천, 증강현실을 통한 피팅 등을 체험할 수 있어요. 2018년부터 뉴욕 등 세계적인 패션 중심지에 오픈하고 있습니다.
파페치 미래의 상점(store of future)' 증강현실 피팅. 사진 파페치 홈페이지

한국의 명품시장과 파페치의 미래



한국은 명품업계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되었어요.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2022년 1인당 명품 구입액은 325달러로 세계 1위입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루이뷔통과 구찌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한국의 명소에서 시즌 컬렉션 패션쇼를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2020년 한국에 진출한 파페치도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올해에는 패션 큐레이션을 해주는 파페치의 컨셉에 맞게 ‘UNBOX YOUR TASTE’라는 테마로 가로수길에서 최초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요, 열흘간 패션 관계자를 포함해 5000여 명이 몰리기도 했어요.

파페치 팝업스토어 이미지. 사진 파페치
팝업스토어에는 최우수고객인 ‘Private Client’를 위한 라운지와 콘텐트도 있었습니다. 파페치 한국지사 마케팅 담당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시장에서 VIP 고객들의 오프라인 경험 강화를 통해 로열티를 증대하고, 패션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협업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 등 한국의 강력한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옴니채널 마케팅도 계획하고 있다고 하고요.


MZ를 넘어 알파세대까지 명품의 고객층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도 성장하고 있고요. 그러나 유독 온라인 커머스만은 명품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어요. 세계시장을 석권한 파페치가 과연 한국 고객의 발길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한재동(han.jae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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