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페이커' 구단도 돈 못번다…5억명 보는 e스포츠 미스터리 [팩플 오리지널]
한해 무려 5억4000만명이 보는 스포츠 경기를 아십니까? e스포츠입니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연 ‘롤드컵’ 결승전 온라인 시청자수는 많게는 1억명까지 추산됩니다. 이렇게 팬이 많은데 막상 돈 버는 e스포츠 구단은 없다고 합니다. e스포츠 세계의 한계와 생존전략을 알아봅니다. 참, 빈 살만이 사우디 ‘국영’ 게임사에 54조원을 투입한다는 건 희소식입니다.
5억4200만 명.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집계한 2022년 한해 e스포츠 시청자 수다. e스포츠는 현재 축구·야구의 인기를 넘보는 신흥 관전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개최된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롤)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 결승전의 온라인 시청자 수는 적게는 600만 명, 많게는 1억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e스포츠의 폭발적인 인기에도 북미 구단은 적자를 견디다 못해 매각되고, 한국 구단 매출도 줄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프로 미식축구 리그인 NFL의 경우 2022년 기준 경기당 평균 시청자 수가 920만 명인데,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구단별로 시즌당 평균 186억 달러(약 24조원)를 벌어들였다. 반면 e스포츠는 한해 글로벌 5억명이 시청할 정도로 팬이 많지만 돈을 버는 곳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업계 “국내 롤 구단 중 흑자 구단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발간한 ‘2023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팀을 보유한 7개 구단 매출은 총 329억원(2021년)에서 199억원(2022년)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048억원에서 1514억원으로 44% 늘었다. 산업은 커졌는데 구단 수입은 줄어든 것이다. 콘진원은 “2022년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업의 홍보·마케팅 지출 심리가 줄었고, 그 결과 e스포츠 광고와 중계권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대표 e스포츠 종목인 ‘롤’의 국내 프로리그(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 소속된 10개 구단 성적표도 좋지 않다. 업계에선 2022년 기준 흑자를 기록한 구단은 없다고 추정한다.
글로벌 시청자도 늘고, 산업 규모도 커졌지만 e스포츠의 수익성이 저조한 이유로는 매출은 지지부진한데 ‘선수 몸값’을 포함한 구단 운영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보통 구단 매출은 개별 구단의 스폰서십(후원권) 계약, 기념품 판매 수익, 대회 우승 상금 등에서 발생한다. LCK 소속 10개 구단에겐 ‘프랜차이즈 분배금’이 추가로 돌아간다. 일부 구단은 스트리밍 콘텐트 제작, e스포츠 아카데미(학원) 운영 등 별도 사업으로 수익을 낸다. 문제는 매출 경로는 다양하지만 구단 운영비를 넘어설 만큼 큰 수익이 나오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최고 몸값 ‘페이커’ 연봉 50억~70억선
콘진원 조사에 따르면 2017년 206억원 규모였던 국내 e스포츠 게임단 예산은 2022년 963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선수 인건비 비중은 70%를 넘게 차지했다. e스포츠 리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선수 몸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최고 몸값인 ‘페이커(Faker·본명 이상혁)’ 연봉을 50억~70억 수준으로 추정한다.
수익성이 낮다고 해서 미래가 어둡다는 건 아니다.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나라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사우디아라비아다. 중국과 인도가 뒤를 쫓고 있다. 이들이 e스포츠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AAA’급 미래 성장성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e스포츠 연령층의 73%가 35세 미만”이라며 “전통적인 프로 스포츠 시청층보다 젊고, IT 기술에 밝고(tech-savvy), 더 부유하다는 점에서 많은 브랜드에 유망한 마케팅 채널로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e스포츠 업계도 흑자 산업으로 전환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LCK 운영사인 라이엇게임즈가 e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면서 화면에 보이는 게임 아이템이나 선수 장비를 실시간 판매하는 등 새로운 수익화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특히 최신 트렌드에 맞는 기념품과 패션 상품을 앞세워 글로벌 젊은 시청자를 끌어온 NBA 사례를 주목한다. 당장 e스포츠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청자를 더 끌어모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e스포츠 리그가 광고 단가를 높이는 등 수익화에 나서기 힘들다”며 “e스포츠 인프라를 더욱 넓히고 기금 마련 등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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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언(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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