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일
요즘 한국 TV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지만 비용을 아끼려 기본 채널만 연결해 두었다. 남편은 가요무대, 노래자랑 등의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나는 고국의 모습과 맛 집 소개 등 사람 사는 이야기를 즐겨 본다. 때론 잊어버린 역사를 일깨워주는 사극 방영 시간에는 모두 거실에 모여 진지하게 시청하기도 한다. 때론 드라마를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도 나눈다. 가족이 모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얼마 전 세상의 희망을 느끼게 하는 훈훈한 미담들이 TV에서 소개돼 잔잔한 감동으로 남았다. 결혼식장을 운영하며 가난한 신랑·신부에게 선행을 베풀던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사진사였고 아내는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손질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해 4월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난감해하던 아내는 아들을 설득했고, 아들은 1967년부터 60년 간 운영해 온 가업을 잇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업을 잇기로 한 착한 아들은 “돈보다도 중요한 것은 보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는 6·25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어린 두 자녀를 키우며 살아온 장한 90세 할머니 이야기다. 할머니는 시장 골목에서 4000원짜리 보리밥 장사를 하고 있다. 허리가 거의 직각으로 굽다시피 한 할머니는 아들과 딸 같은 손님들이 배불리 먹고 나가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본다. 그런데 할머니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수년 전 효자였던 아들이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얼마나 야속한 운명인가. 그러나 할머니는 비관만 하고 있지 않았다. 할머니는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며 좋은 일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아직 세상에는 이런 따스함이 남아 있다. 나도 오래전부터 법정 스님을 통해 고국의 독거노인과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 값 모금에 조금이나마 매년 동참하고 있다.
마지막 스토리는 IMF로 엄청난 빚더미에 앉았던 부부의 귀촌 이야기다. 부부는 귀촌 후 열심히 일해 모든 빚을 갚았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전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할머니가 된 아내는 지금도 혼자서 귤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의 힘든 노동으로 그녀의 열 손가락은 모두 휘어졌지만, 여전히 귤 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도 감사 편지를 보내는 부부가 있다는 작은 예식장의 보람, 4000원짜리 보리밥으로 행복을 나누어 주는 할머니의 고운 마음, 부지런함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부부….
이런 삶의 모습들이 존경스럽다. 자신의 허영과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엔 아직 꿈과 희망이 있다.
최미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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