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초봉 320만원에 이 일 못해" MZ검사 작년 38명 떠났다
‘고령화’ 검찰이 탄생했다. 10년 차 이하 젊은 MZ세대 검사 퇴직자는 매년 늘어나는 데 신입 검사 충원은 과거의 절반 이하로 준 탓이다. 그 결과 경력 20년 안팎인 고검검사(차장·부장) 이상은 지난해 말 기준 역대 최대치인 38.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7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검사 중 대검검사(검사장)를 포함한 고검검사 이상 간부는 10년 전인 2014년 전체 검사 1977명 중 537명(27.1%)이었지만 2023년 말 기준 2092명 중 801명(38.2%)으로 11.1%포인트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에서 결재권을 가진 도장 찍는 간부가 40%에 육박했다는 의미다. 역으로 수사 실무를 담당할 평검사 숫자가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검찰 일선에선 당장 “힘들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평검사 감소로 검사 1인당 담당 사건이 늘면서 업무 과중으로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현재 검사 1인당 사건 수는 1064건으로 일본의 2.4배, 유럽국가 평균보다 4.5배 더 많다고 한다.
‘부장 하고 용퇴’ 옛말…63세 정년 검사 많아졌다
거꾸로 신규 임용 검사수는 대폭 줄었다. 2011년엔 사법연수원 40기 출신 127명, 2012년 연수원 41기에서 96명, 변시 1회 출신 55명 등 모두 151명을 뽑았지만 10년 후인 2022년 변시 11회 67명, 2023년 변시 12회는 76명만 임용됐다. 신규 임용 검사가 10년 새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변시 출신은 임용 후 약 1년간 법무연수원 실무교육 이후 현업에 투입한다.
검찰은 고령화의 대안으로 간부급 검사들도 수사 실무를 담당하도록 전국 16개 지검에 ‘중요경제범죄수사단(중경단)’을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노련한 간부 검사들에게 범죄수법이 고도화되고 복잡한 경제 사건을 맡겨 경험과 전문성을 살리자는 취지이다. 또 법원에서 검찰 수사 단계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등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는 추세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사건이나 중점 사건 수사팀에서 밤샘·주말근무 등을 하며 집중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젊은 검사의 구조적 부족 현상은 전체적으로 수사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동기 변호사 절반도 안 되는 박봉…평검사 ‘탈출 러시’
젊은 검사들이 검사복을 벗는 이유는 대개 비슷하다고 한다. 일은 많은 데 박봉이어서다. 형사부 검사 1명이 매달 150건 넘는 사건을 맡지만, 초임 검사 월급은 공무원 호봉제에 따라 약 320만원으로 비슷한 연령대 변호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검사는 “나는 휴가를 5일 이상 가본 적도 없고, 주말 중 하루는 무조건 나와서 일했다”면서도 “이제는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MZ 세대는 이직을 통해 본인의 연봉을 높이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세대”라고도 덧붙였다. 재경지검의 다른 간부급 검사도 “형사부에 평검사가 2명인데, 그 중 한 명은 초임 검사”라며 “부임하자마자 사건에 빠져 많으면 한 달에 200건 가까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퇴직자가 매년 유동적인 상황임을 고려해 법 위반을 피하려면 정원에서 100~200명 정도는 여유를 두고 임용해야 한다”며 “사건 처리 지연, 재판 지연으로 정의의 공백이 발생하는 현실을 개선하려면 정원법 개정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양수민(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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