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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거장의 연륜이 주는 감동!

지난해 12월 LA 필의 전설적인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3번과 6번 연주회 장면.

지난해 12월 LA 필의 전설적인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3번과 6번 연주회 장면.

지난해 12월에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두 개의 연주회에 갔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슈만 콘체르토 협연에 이어 LA 필과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했고, 그 다음 주에는 역시 LA 필과 베토벤 교향곡 3번과 6번을 연주했다. 프로그램만 봐도 만만치 않다. 곡을 잘 안다고 해도 하루에 다 소화해서 듣기엔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거장도 피하지 못하는 세월이다. 지팡이를 짚고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를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보며 지휘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다정한 할아버지였다. 그래서일까. 조성진이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어 말러 교향곡에서 거장의 지휘봉은 별로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가도 필요하면 벌떡 일어설 듯이 온몸을 들썩이며 혼신의 힘으로 단원들을 이끌었다. 솔직히 내가 이제까지 본 LA 필 최고의 무대였다.  
 
말러 교향곡 1번은 바이올린이 먼저 잔잔한 물결처럼 시작하고 곧이어 오보에가, 그리고 마치 세상 만물이 순서대로 소생하듯 모든 악기가 어우러진다.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말러의 일생을 생각하면 서정적이어서 더 슬프고 가슴을 울리는 곡이다. 특히 3악장에서 사용한 보헤미안 민요는 즐거워서 가슴 아프다. ‘끌림 없이 엄중하고 신중하게’라고 지시된 이 3악장에는 미국에선 ‘Brother John’으로, 한국에선 ‘학교 가는 길’로 개사 된 세계적인 동요가 헝가리풍 춤곡 같은 멜로디로 무척 우울하게 연주된다. 이 멜로디는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고 죽은 동생을 보며 말러가 떠올렸던 노래였다. 아직 어렸고 또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말러에게 동생의 죽음은 깊은 상처를 남겼을 거다.
 
전원 교향곡에 이어 영웅 교향곡을 지휘한 날은 더 감동이었다. 메타는 단원들과의 교감부터 객석으로의 전달까지 모두 함께 즐기는 연주를 선사했다. 한 번에 두 곡의 베토벤 교향곡을 듣고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메타를 처음 본 건 1984년도 뉴욕 필과 세종 문화 회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했을 때였다. 젊은 시절의 메타가 무대에 오를 땐 마치 성난 사자와 같았다고 지휘자 정명훈이 회상했듯이 10대에 난생처음 화끈한 클래식 무대를 접했던 기억이다. 약 10년 후 일본에서 인터뷰한 후 오찬에 초대받아 만났을 땐 다정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위대한 거장의 인상이었다. 그리고 50대가 훌쩍 넘어 두 연주회로 다시 만난 메타는 단원을 지배하지도 않았고 청중을 가르치지도 않았다. 말러와 베토벤이라는 거장의 곡들을 현존하는 레전드 거장이 지휘했지만,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았다. 예전엔 그의 연주를 다 받아들이기 벅찰 만큼 위대했다면 이젠 드디어 만끽하게 되었다. 누구나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는 무대를 선물했다. 중년이 되어서야 노년이 된 거장의 진수를 발견했다.  

손영아 디렉터 / 비영리 공인기획사 YASM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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