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 집, 방범창 뜯고 들어갔지만 "스토킹은 아냐" 이유는
![방법창 관련 이미지.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어환희 기자](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1/06/b6c49b43-4a48-4d13-8382-a43666d00a49.jpg)
이별한 연인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방범창을 뜯고 집 안으로 들어간 남성에 대해 스토킹죄로 처벌할 순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2-2부(부장 정문성·이순형·이주현)는 전 여자친구 집에 침입한 A씨에 대해 스토킹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본 1심(지난해 3월 선고)을 깨고 스토킹처벌법 위반의 점은 무죄라고 판단했다(지난해 11월 선고).
같은 대화 다른 해석…1심 무죄→2심 유죄
![서울서부지법 전경](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1/06/56bf334a-b4c0-4300-80b5-1e75041985c2.jpg)
1·2심 결과가 엇갈린 이유는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오간 대화의 성격을 달리 봤기 때문이다. A씨와 피해자는 10개월 가량 교제하다 헤어졌는데, 사흘 만에 문자를 통해 이런 얘기를 나눴다.
◦A씨: 오늘 저녁에 잠깐 가겠다
◦피해자: 오늘은 시간이 되지 않는다. 주말로 약속 잡고 짐 챙겨갈 가방 갖고 와라.
◦피해자: 끝난 사이라면 묻어두는 게 좋겠다. 할 얘기 있으면 문자로 달라.
◦A씨: 난 끝낸 적 없어서 만나서 얘기해도 될 것 같다.
◦피해자: 굳이 얼굴 마주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짐을 문 밖에 두겠다.
◦A씨: 그럼 오늘 밤 문 앞에 놔 달라.
◦피해자: 문 앞에 뒀다. 저녁에 가져가라.
1심 “피해자가 싫다 했는데”→ 2심 “전 연인 간 자연스런 대화”
방범창 사건은 위 대화를 나눈 날 밤에 벌어졌다.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 A씨는 문 앞에 놓인 짐을 확인해 봤는데, 자신이 두고 간 물건 중 빠진 것이 있었고 이것 때문에 다시 약속을 잡거나 방문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이에 8차례 전화를 하고, 사귈 때 알던 집 비밀번호로 눌러보고, 안방 창문을 두드리고, 결국 방범창을 잡아당겨 뜯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집 안에는 피해자가 있었고 그와 마주하게 됐다.
1심 판사는 “문 밖에 짐을 두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꾼 건, 피해자가 A씨에게 전화 연락과 대면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전화통화 시도부터 주거지 침입까지 일련의 행위는 그 목적이 피해자와의 만남을 위한 것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반복적으로 피해자를 스토킹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방범창을 뜯고 피해자의 집안에 들어간 행위가 매우 과격하고 부적절”하긴 해도, 그 목적이 피해자와의 만남이 아니라 단지 “ 자신의 나머지 짐을 챙겨 나오기 위해서”기 때문에 스토킹행위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A씨가 전화를 8차례나 하긴 했지만 “지하층이라 통신 오류가 있다고 생각해 수차례 반복 시도한 것”이란 주장이 납득할만하다고 했다.
![스토킹 피해(우려)자 등에게 제공하는 안심물품 '지키미(ME)'세트. 서울 중구 자치경찰위원회가 현장(경찰서,지구대,파출소) 또는 인터넷 신청을 통해 지난달 28일부터 지급하고 있다. [뉴스1]](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1/06/8a1ad98f-4ec4-4ebb-b151-23bb61372bf1.jpg)
“피해자가 먼저 전화도…주거침입이지만 스토킹은 아냐”
물론 2심 재판부도 A씨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한 것은 아니다. 재물손괴죄와 주거침입죄를 유죄로 본 것은 1심과 마찬가지다. 남의 물건(방범창) 뜯고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간 건 그 자체로 잘못이긴 하나, 그 이상의 의미(스토킹)는 없단 거다. 스토킹처벌법 위반만 유죄에서 무죄로 바뀌며 벌금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형량이 다소 줄었다.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검사는 스토킹죄가 아니라고 본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된다.
문현경(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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