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야구선수·가수였던 그를 일으켜세운 뮤지컬 '레미제라블'
" “장발장을 연기해보니 ‘레미제라블’의 본질적 메시지는 사랑이더군요.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을 보리’라는 마지막 가사가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
배우 민우혁(41)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19세기 암울하고 차가웠던 시대를 녹인 사람, 장발장의 따뜻함”으로 해석했다. 2015년 한국어판 ‘레미제라블’ 두 번째 시즌에서 젊은 혁명가 앙졸라를 연기했던 그가 지난해 말 개막한 세 번째 시즌에선 주역 장발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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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야구선수‧가수 생활을 거쳐 뮤지컬 배우로 고군분투하던 민우혁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준 무대도 ‘레미제라블’이다. “배우란 작품의 본질을 잘 표현하는 걸로 감동을 선사해, 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직업”이란 직업관을 깨우쳐준 작품이란다. 지난해 10월부터 부산, 서울 등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를 지난해 말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3시간 동안 30년 소화 "빵 훔쳐먹게 생겨" 합격
“무슨 역할로든 참여하고 싶어 오디션에 임했다”는 민우혁은 "앙졸라 오디션 때 야수의 거친 면이 부족하단 지적을 기억하고, 자고 일어난 듯 흐트러진 상태로 오디션을 본 전략이 통했다"며 웃었다. “오디션 때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이 친구, 빵 훔쳐먹게 생겼다’고 했다더라”면서다.
합격 발표 후 딱 30초만 좋았단다. “죽기 전 마지막 역할이 장발장이길 바랄 만큼 꿈의 배역”이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부담감이 컸다. “장발장의 음역대는 뮤지컬에서 손꼽는 난이도다. 남자가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다 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8년 전 '레미제라블' 성대결절, 훈련으로 극복
“제가 운동을 했기 때문에 힘으로 하는 건 자신 있거든요. 야수처럼 내지르는 곡들은 힘으로, 감정으로 할 수 있지만 ‘브링 힘 홈’은 운동에 빗대면 필라테스처럼 속 근육을 써야 하는 넘버에요. 헬스를 2시간 쯤 한 상태로 필라테스 하는 고통이랄까요?”(웃음)
"난 안 되는 사람"…실패한 오디션이 인생역전
“군대에 다녀와서 '나는 안 되는 사람이구나' 하고 뮤지컬도 포기하려 했죠. 체육 교사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이란 각오로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션에 갔는데, 김문정 음악감독이 ‘레미제라블’ 오디션은 안 봤냐고 묻더군요.”
'데스노트' 불합격을 딛고 도전한 ‘레미제라블’은 덜컥 붙었다. 운동으로 다진 1m87㎝의 큰 키와 듬직한 체격이 대극장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부상 은퇴한 LG트윈스 '시구' 금의환향
“저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진 못했지만 부모님께 사랑받아 마음은 부자였죠. 포기할 때마다 무서웠지만 재도전한 것도 가족의 믿음 덕분이었습니다. 두 아이들에게 아빠가 필요한 시기인데 너무 일만 하나 싶은 생각도 있지만 ‘레미제라블’을 통해 아빠로서도 더 성장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나원정(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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