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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신년사 "늘 송구" 사과로 시작…"이념 카르텔 타파" 강조했다

“민생을 보살피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늘 부족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새해 첫날이자 집권 3년 차를 맞이해 발표한 신년사를 ‘사과’로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청사에서 TV로 생중계된 신년사에서 “지난해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를 늦추면서 민생의 어려움도 컸다”며 “국민 여러분 얼마나 힘드셨느냐”고 인사했다. 이어 “민생 현장에서 국민 여러분을 뵙고 고충을 직접 보고 들을 때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갑진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그러면서 초점을 맞춘 것이 ‘민생’이었다. 새해 첫 일정으로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국민만 바라보며 민생경제에 매진하겠습니다”라고 쓴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민생을 9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를 경제적 성과와 경기회복의 온기가 국민 여러분의 삶의 구석구석까지 전해지는 민생 회복의 한 해로 만들겠다”며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연단 배경에는 ‘국민만 바라보는 따뜻한 정부’라는 문구가 걸렸다. 이날 신년사에선 국민(28회)·경제(19회)·개혁(11회)·산업(9회)·회복(6회)·일자리(5회) 등 경제 중심의 키워드가 주를 이뤘다.

이는 1년 전 신년사와도 비교된다. 당시 국가의 틀을 바로 세우는 것에 무게를 두면서 자유와 연대, 법치를 키워드로 제시했지만, 올해는 연대를 한 차례도 말하지 않았다. 자유는 2번, 법치는 1번 언급했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거시적인 담론보다는 국민 일상을 실제 변화시키는 민생 밀착형 정책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집권 3년차 국정 방점을 '민생'과 '경제'에 찍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28차례)을 제외하고 '경제' 19차례, '개혁' 11차례, '민생' 9차례씩 언급했다. '민생'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핵심 용어로 들어갔고, 경제는 지난해(11차례)보다 8번, 일자리는 지난해(2번)보다 3번씩 더 강조했다.
특히 신년사에서 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이념 카르텔’ 타파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며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주로 강성 노조와 시민단체 등을 이권 또는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했던 윤 대통령이 이를 이념까지 확장한 것이다. 여권에서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를 운동권·이념 카르텔로 규정하고 해체 대상으로 지목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후 청사 브리핑에서 “이념 카르텔이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냐”는 질문에 “이념에 경도되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자기의 이권만 챙기려는 세력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신년사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과 직결된 부동산 문제 해결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이 정치와 이념이 아니라 경제 원리에 맞게 작동되도록 정상화했다”며 도시내 주택공급 확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선 ‘불필요한 과잉 경쟁’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국정 과제인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의 완수 의지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분야도 “튼튼한 안보로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걱정 없는 일상을 뒷받침하겠다”며 민생과 연결 지었다. 정상외교도 경제·세일즈 외교를 바탕으로 “국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자리 외교에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선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종적 평화가 아닌,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고히 구축해나가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시킨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해당 특검 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방침을 밝힌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년사는 올 한해 국정 운영의 큰 방향을 국민께 전달하는 것”이라며 “소모적인 정쟁 이슈를 피하고 민생을 최우선에 뒀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질의응답 없이 일방적 연설로만 채워진 고집과 불통의 신년사”라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갑진년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방명록을 남겼다. 뉴스1

한편, 이날 국무위원들과 떡국으로 조찬을 함께 한 윤 대통령은 신년사를 마친 뒤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새해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올해에는 김치찌개도 같이 먹으며 여러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새해에는 더 힘을 내자”고 말했다.



현일훈.정수경(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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