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내수에 경고등 켜져…소매판매 20년 만에 줄었다
경기 분당에서 30석 규모의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1)씨는 올해부터 아르바이트생 1명을 줄였다. 박씨는 지난해까진 점심 피크시간을 마치고 퇴근했는데, 앞으론 마감시간대 다시 나와 직접 챙기기로 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박씨는“지난해 손님 수는 전년과 비슷했는데 4명이 와서 2잔만 시키거나 가격이 싼 아메리카노 비중이 늘어나는 등 매출은 감소했다”며 “올해도 비슷할 것 같아 내가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수지표, 2003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
지난해 1~11월 의복·신발 등 준내구재 소비가 2.3%,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1.7% 줄었다. 20년 만에 소매판매가 감소하면서 내수 부진이 현실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이어 고금리 상황까지 장기화하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된 영향이다. 소득에서 물가상승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득이 지난해 1분기(0%), 2분기(-3.9%), 3분기(0.2%) 등 증가하지 않은 영향이다.
1~11월 건설수주액 26.4% 감소
지난해 1분기 건축착공은 1년 전보다 28.7% 감소했고, 2분기(-46.5%), 3분기(-44.2%)에도 착공 부진이 이어졌다. 고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간 데다 원자재 가격과 임금 등까지 줄줄이 인상된 영향이다. 일용직 근로자 중 건설업 종사자가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등 건설업은 서민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하나의 산업군 부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서민 체감경기 전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국내 민간소비 침체는 심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민간소비는 1년 전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선진국 모임인 G7(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캐나다)의 같은 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2%로, 한국의 6배에 달한다. OECD 회원국 평균(1.5%)은 이보다도 높다.
새해 맞는 정부, 내수 촉진 과제
새해를 맞는 정부 입장에서 내수 활성화가 최대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수출 회복은 점차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경우 수출 회복을 체감하기도 어려워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156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은 93으로 전 분기보다 10포인트 높게 전망했지만, 내수기업의 BSI는 80으로 4포인트 하락했다. 내수기업 입장에서 바라본 제조업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뜻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회복하는 등 거시 지표는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게 소비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차가 필요하다”며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가 떨어지는 올해 말까진 내수와 자영업자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풀 수는 없는 만큼 강력한 규제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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