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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수리 되기도 전에 줄부터 섰다...총선 열차 올라탄 검사들

내년 4월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직뿐만 아니라 현직 검사들의 총선 도전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 배출 후 첫 총선으로, 과거와 달리 현직에서 물러난 뒤 바로 총선 직행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검찰에선 “정치적 중립은 최우선의 가치”라며 재직 중 정치적인 활동을 한 의혹이 불거진 검사들에 대해 사표 수리를 반려하고 감찰에 나섰다.

이원석 검찰총장. 뉴스1
대검찰청은 29일 총선 출마를 위해 전날 사직서를 제출한 김상민(45·사법연수원 35기)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에 대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대전고검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 경남 창원이 고향인 김 부장검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김 부장검사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 동문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며 “기대와 성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적은 문자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전날 대검 감찰위원회가 공개된 문자에 대해 ‘검사장 경고’ 조치를 내리자 고향인 경남 창원 출마를 위해 곧장 사의를 표명했다. 이전까지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가 사표를 내고 곧바로 총선에 도전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하지만 대검은 “정치적 중립은 검찰이 지켜야 할 최우선의 가치다. 총선을 앞둔 시기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라며 사표 반려에 추가 감찰까지 예고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부장검사가 감찰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총선용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개최를 예고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고 보고 별도의 엄중한 감찰을 주문했다.




대검은 이날 박대범(49·연33) 마산지청장에 대해서도 기관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광주고검으로 인사 조치했다. 이 총장은 박 지청장이 총선과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보고를 받고 특별감찰반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찍어내기식 감찰과 징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022년 12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현직 이성윤·신성식, 북콘서트로 연일 정치행보
‘한동훈 녹취록 오보’와 ‘김학의 긴급출금 사건’으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신성식(58·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이성윤(61·23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현직 검사 신분으로 총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지만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공무원법 때문에 사표 수리가 안 된 상태다.

문재인정부에서 대검 반부패부장을 지내는 등 ‘추미애 사단’으로 불린 신 연구위원은 “검찰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라며 ‘진짜 검사’ 책을 출간하고 지난 20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 연구위원도 지난 달 ‘꽃은 무죄다’ 에세이를 발간한 뒤 서울과 목포, 제주 등에서 북콘서트를 하며 검찰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

신성식·이성윤 연구위원은 사표 수리가 안 되더라도 2021년 “공직선거법상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는 일명 ‘황운하 판례’때문에 직을 유지하면서 총선을 치를 수 있다. 서울변호사협회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례의 맹점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며 “특히 검사의 정치적인 행보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전직 검사 16명, 총선 도전…더 늘어날 수도
국회의원 배지. 국회사무처
전직 검사 출신으로는 16명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위해 공직 사퇴를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 도전하는 검사 출신 정치인들은 윤 대통령, 한 위원장과의 인연을 풍기며 정권 안정론을 내세웠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지낸 심재돈(56·연24) 인천 동미추홀갑 당협위원장은 윤 대통령, 한 위원장과 과거 대검 중수부에서 ‘론스타 수사’를 함께한 ‘특수통’으로 꼽힌다. 김진모(57·연19) 충북 청주 서원 당협위원장은 한 위원장과 과거 이명박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대구 중·남구 출마를 선언한 노승권(58·연21) 전 대구지검장은 “윤 대통령과 4번 같이 근무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내각 출신으로는 박성근(57·연26)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지난 28일 부산 중·영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원모(43·연37)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서울에, 주진우(48·연31)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부산 수영 출마가 유력하다. 이밖에 박용호(58·연22기) 전 마산지청장이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최용규(54·연29기) 전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이 경북 포항 남·울릉 출마를 위해예비후로 등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전직 검사 출신 정치인들은 친정인 검찰을 겨냥해 “검찰 개혁”을 강조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인을 맡았던 박균택(57·연21) 전 광주고검장은 광주 광산갑에 도전 중이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양부남(62·연22) 전 부산고검장은 광주 서을에 도전하며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국회서 견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중(63·연19) 전 목포지청장은 경기 화성을에, 신현성(50·연29) 전 전주지검 부장검사는 충남 보령·서천에 도전장을 냈다.



이창훈(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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