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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지만 세상엔 시니컬하게, 속임수의 끝판왕

개봉 50주년 ‘스팅’

로버트 레드포드는 조니 후커 역으로 오스카상 남우주연상 후보 지명을 받는다. 그의 오랜 연기 생활 중 유일한 후보 지명이었다. [Universal Pictures]

로버트 레드포드는 조니 후커 역으로 오스카상 남우주연상 후보 지명을 받는다. 그의 오랜 연기 생활 중 유일한 후보 지명이었다. [Universal Pictures]

‘하이스트 영화’(Heist film) 또는 ‘케이퍼 영화’(Caper film)는 범죄 영화 중에서도 강탈 또는 강도를 소재로 한 장르를 의미한다. 1960년대에 들어 할리우드는 사기꾼이나 도둑, 갱스터를 낭만적인 주인공으로 묘사하는 유럽의 범죄물들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도 영화는 대체로 밝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1969년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한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의 조지 로이힐 감독과 로버트 레드포드, 폴 뉴먼이 다시 손잡고 만든 영화 ‘스팅’(the Sting)은 케이퍼 영화의 원조다.  
 
‘스팅’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한창이던 1973년 연말을 기해 개봉됐다. 영화는 부패한 정치와 베트남 전쟁의 피로감이 팽배해 있던 당시 사회에 대한 냉소주의적 비판과 함께 침울한 대중들을 위로하는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했다.  
 
‘스팅’은 55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여 역대 흥행 21위에 올라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작품상 및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을 비롯하여 8개 부문을 수상했다. 전설적인 두 배우의 매력이 녹아 있는 이 영화는 레드포드의 수퍼스타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고 하강세를 타던 뉴먼을 다시 정상급 배우로 올려놓았다.  
 
‘스팅’은 제목에 걸맞게 사악한 자들을 교묘한 속임수로 골탕 먹이는 사나이들의 치밀하고 통쾌한 복수극이다. 거대 마피아 조직의 보스가 꾀 많은 사기꾼 두 명의 계략에 의해 대책 없이 무너지는 모습들은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자아낸다. 50년이 지났어도 데이비드 워드(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스마트한 각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70년대 중반 영화팬들 사이에는 ‘스팅’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중 어느 영화를 더 좋아하느냐는 갑론을박이 한창이었다. ‘스팅’은 그 시대의 최고의 인기를 누린 영화였음에도 ‘대부’의 우세론이 지배적이었다. 한 해 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대부’와 이듬해 수상작 ‘대부2’ 의 틈새 사이에 끼어 영화사에서의 위상이 다소 상실된 감이 없지 않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와 비극으로 끝나는 갱들의 비정한 복수극 ‘대부’와 ‘대부 2’는 오늘날까지 많은 비평가들에 의해 꾸준히 대작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반해 가볍고 경쾌한 사기꾼들의 우화 ‘스팅’은 영화팬들의 마음속 깊이 각인되지 못하고 영화사의 뒤안길로 밀려 있는 느낌이다.  
 
마권업자 헨리 곤돌프 역의 폴 뉴먼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레드포드와는 구별되는 깊이와 노련미를 발휘한다. [Universal Pictures]

마권업자 헨리 곤돌프 역의 폴 뉴먼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레드포드와는 구별되는 깊이와 노련미를 발휘한다. [Universal Pictures]

1936년 미국의 시카고. 시골 출신의 풋내기 사기꾼 쟈니후커(로버트 레드포드)는 어느 날 파트너 루서(로버트 얼 존스, 제임스 얼 존의 아버지 )와 지나가던 남자를 속여 그의 돈을 빼돌린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시카고 마피아 보스 도일 로네건(로버트 쇼)의 자금 운반책이었다. 이 일로 로네건의 노여움을 사 루서가 목숨을 잃게 된다. 이에 후커는루서의 지인이며 베테랑 사기꾼 헨리 곤돌프(폴 뉴먼)를 찾아간다.  
 
마권업이 본업인 곤돌프는로네건을 포커 테이블에서 1차로 털고, 그 돈으로 가짜 경마 실황실을 차려 그를 유인, 로네건의 모든 재산을 빼앗겠다는 매스터플랜을 세운다. 곤돌프는 후커를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부하로 위장, 로네건에게 접근시킨다. 후커는 경마의 결과를 미리 알려주겠다고 미끼를 던진다. 곤돌프와후커의 교묘한 심리전에 말려든 로네건은 졸지에 거금 50만 달러를 잃게 되고,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FBI가 들이닥친다.  
 
후커의 배신(?)에 격분한 곤돌프는 그를 향해 총을 발사하고 곤돌프 역시 수사관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부패 경찰 스나이더가로네건을 체포, 경마 실황실 밖으로 연행해 나간다. 곤돌프의 계획은 실패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의 반전 시나리오는 이제부터!
 
평생 사기꾼인 푸른 눈의 두 매력남 곤돌프와 후커. 베테랑과 혈기 넘치는 신참내기의 조합에서 보게 되는 이들의 훈훈한 모습, 불안한 동생을 늘 세밀하고 세심하게 보호하는 큰 형님 곤돌프의 깊은 속내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쟈니후커 역의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후 길고도 화려한 대배우와 감독의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지만 오스카상 연기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은 후커 역이 유일하다. 레드포드는 1981년 그의 감독 데뷔작 ‘오디너리 피플’로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한다.  
 
마권업자 헨리 곤돌프 역의 폴 뉴먼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레드포드와는 구별되는 깊이와 노련미를 발휘한다. 원본 대본의 곤돌프 역은 나이 많고 단조로운 조역에 불과했지만 뉴먼은 헨리를 여유와 인간적 내면을 지닌 ‘멋쟁이 사기꾼’ 캐릭터로 승격시켰다.  
 
절름발이 마피아 두목 도일 로네건 역의 로버트 쇼는 당대의 대표적 조연 배우. 라켓볼을 치다가 다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는데 이를 그대로 로네건 연기에 활용했다. [Universal Pictures]

절름발이 마피아 두목 도일 로네건 역의 로버트 쇼는 당대의 대표적 조연 배우. 라켓볼을 치다가 다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는데 이를 그대로 로네건 연기에 활용했다. [Universal Pictures]

절름발이 로네건 역의 로버트 쇼는 당대의 대표적 조연 배우였다. 그는 라켓볼을 치다가 다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는데 이를 그대로 로네건 연기에 활용했다.  
 
경쾌한 테마곡 ‘엔터테이너’(the Entertainer)는 재즈의 시조 격인 스콧 조플린이 작곡한 피아노곡으로 영화만큼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음악(Original Score)을 작곡한 마빈 햄리쉬는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수상했다.  
 
1983년에 제레미카건이 연출한 속편 ‘스팅2’가 발표됐으나 흥행에 참패했다. 레드포드와 뉴먼이 빠진 ‘스팅’은 더 이상 팬들에게 ‘스팅’이 아니었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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