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5조 시장안정자금, 필요시 확대"…태영 '자금 회수 자제' 주문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임명 뒤 처음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 부총리는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를 추가 확대해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한국은행도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안정조치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50조원+α’ 규모로 운영됐는데,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회사 지원 조치가 추가되면서 85조원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 부총리는 또 “금융권이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위험 노출액)가 금융권 총자산의 0.09% 수준이며, 다수 금융회사에 분산돼 있어 건전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이날 금융감독원도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금융권 간담회를 열어 전 금융권에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과도한 자금 회수 자제를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내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여신 담당 부행장과 저축은행·신협·농협·새마을금고 중앙회 임원, 은행연합회, 생·손보협회, 여신금융협회 등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태영건설 협력 업체에 대한 지원 노력도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태영건설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한도 축소 등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없도록 하고,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높아 피해 예상되는 협력 업체에 대해서는 상환유예나 금리감면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일시적 위기에 처한 협력 업체의 동반 부실화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태영건설은 협력업체에 대한 하도급 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모두 상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협력업체들의 자금 애로가 가중될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이 같은 협력업체 지원은 금융시장 안정 등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지원 과정에서 금융회사에 일부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면책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협력업체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581개의 협력업체와 5조8000억원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 중 태영건설 계약 비중이 30% 이상으로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높은 경우는 168개로, 28.9%에 이른다. 지난 10월 말 기준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권 여신은 7조원으로 조사됐다.
건설업계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부동산PF 사업장의 도미노 위기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데다 원자잿값, 공사비 인상 등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사업장이 늘고 있어서다. 한은도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PF 관련 유동성‧신용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단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장별 맞춤형 대응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며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은 적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사업장 재구조화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오효정.김한솔(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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