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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만든 와인, 세계 톱10 올랐다…비법은 '시멘트 탱크'

한국인이 설립한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의 와인들. 박낙희 미주중앙일보 기자

한국인이 설립한 와이너리의 와인이 세계 10대 카베르네 소비뇽(레드 와인의 대표 품종)에 선정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는 다나 에스테이트의 ‘로터스 빈야드’가 주인공이다. 자연주의 농법을 통해 최상급 포도만으로 와인을 만들어 온 고집이 통했다는 평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와인포털 ‘와인서처’가 최근 발표한 ‘월드 베스트 카베르네 소비뇽 톱 10’에 다나의 로터스 빈야드 와인이 이름을 올렸다. 100점 만점에 95점을 받았다. 병당 가격은 634달러(약 82만원).

와인서처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10대 카베르네 소비뇽에 다나의 와인이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2009·2012년 두 차례 100점을 받기도 했다. 와인서처는 평론가들의 점수와 각 와인에 대한 리뷰 수, 시장 반응 등을 종합해 톱 10을 선정한다.

이 와인은 해발 365m, 경사도 40도에 이르는 가파른 포도밭에서 만들어졌다. 와인 이름과 같은 로터스 빈야드다. 정서향으로 오후에도 이글거리는 햇빛을 받은 포도의 강한 타닌(Tannin·떫은맛을 내는 성분)이 특징인데, 이를 ‘시멘트 탱크’ 발효 방식으로 중화한다. 시멘트 탱크는 두껍고 열전도율이 낮아 발효 속도를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고, 오크통(참나무통)과 달리 자체적으로 타닌을 추가하지 않는다. 와인서처에 따르면 한 평론가는 이 와인의 맛을 “블랙베리 향과 함께 바디감이 풍부하고, 긴 여운을 주는 타닌이 들어 있다”고 묘사했다.

이곳은 ‘극한의 포도밭’으로 통한다. 가파른 밭을 오가며 포도를 일일이 손으로 수확하는 등 모든 농사를 수작업으로 한다. 포도 수율은 평평한 밭의 60~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후 일조량이 너무 많아 자칫하면 포도의 수분이 부족해져서다. 경작이 힘들어 원 주인이 매각한 이 밭을 동아원그룹 회장을 지낸 이희상 회장이 2004년 사들였다.

이희상 다나 에스테이트 회장. 박낙희 미주중앙일보 기자

이 회장은 지나칠 정도로 품질에 ‘올인’ 해야만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미국의 와이너리들과 동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신념 하에 와인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땅이고, 포도밭의 질이 와인 품질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포도밭을 자연 친화적인 농법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터스 빈야드는 많은 양을 생산하려는 와이너리 입장에선 수지가 맞지 않겠지만, 품질만을 추구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밭이었다”고 덧붙였다.

와인서처 측은 다나 와인의 성과에 대해 “이 회장이 아주 영리한 행보를 했다는 뜻”이라며 “그는 좋은 장소를 고를 수 있는 지식을 갖고 있었고, 와이너리 운영을 위해 최고의 팀을 구성했다”고 평가했다. 김상미 WSA와인아카데미 원장은 “다나 와인은 국내에선 아직 많이 유통되지 않지만, 상당히 고급스러운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최근 한국 대기업의 미국 와이너리 인수가 늘고 있고, 한국인 와인 메이커의 해외 진출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선을(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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