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76년 된 그 소아과 문 닫더니, 경북 청도군으로 간 사연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군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소아과전문의 정진오(75)씨가 2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씨는 지난 9월부터 이곳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청도군보건소는 경북지역 23개 시군 보건소 가운데 유일하게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고 있다. 청도군보건소는 지난 7월 전문의 모집 공고를 냈는데 정씨 혼자 지원했다고 한다.
민간 산부인과·소아과 없는 청도군
청도군에는 출산이 가능한 민간 산부인과나 어린이 진료가 가능한 소아과 의원이 한 곳도 없다. 청도군보건소 관계자는 “2016년부터 보건소에 출산 관련 진료를 볼 수 있는 청도외래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분만은 불가하다. 그간 지역사회에서 소아과라도 열어 달라는 목소리가 컸다”며 “(정 전 원장이) 청도로 와주셔서 많은 주민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경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그는 3개월 전까지 대구 중구에 있는 ‘정소아과의원’에서 소아과를 운영했다. 정소아과의원은 1947년 대구 지역 최초의 서양식 민간주택에 들어선 의원이다. 정씨도 이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 건축물은 당시 건축 양식과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를 받는다. 정씨는 “청도군군보건소로 왔는데 개인병원 겸직은 안 된다고 해서 폐업했다”며 “지역 사회에 공헌하자는 생각에서 잠시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진골목의 상징 ‘정소아과의원’
정필수 원장은 2009년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40~60년대엔 애들이 뼈만 앙상하게 남아 병원을 찾았다. 전염병이 돌면 온종일 물도 한 모금 못 먹고 일했는데 진료를 하려고 보면 죽어 있는 애들도 있었다. 바로 돌아서서 다른 환자를 봐야 하니 가슴 아플 새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정소아과의원으로 돌아온 맏아들
백경서(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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