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익명 천사' 올해도 나타났다…24년째 누적 9억 넘는 기부
24년째 노송동 주민센터에 익명 기부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얼굴 없는 천사'는 이날 오전 10시13분쯤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성금을 두고 사라졌다. 이날 노송동 주민센터에는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익명 전화가 걸려왔다. "이레교회 표지판 뒤에 (성금 상자를)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가 끊겼다. 주민센터 측은 "중년 남성 목소리였다"고 전했다.
올해 8000만원…누적 9억6479만원 기부
이름과 직업은 물론 모든 게 베일에 싸인 '얼굴 없는 천사'는 해마다 12월 성탄절 전후로 상자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 안팎 성금과 편지를 담아 노송동 주민센터에 맡기고 사라지는 익명 기부자다. 전주시는 그간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등 소외 계층 6578세대(지난해 12월 기준)에 현금이나 쌀·연탄·난방 주유권 등으로 지원했다.
4년 전 2인조 성금 훔쳐…징역형
이들은 당시 주민 제보로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0년 6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후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상자를 지키기 위해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천사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를 본받아 익명으로 성금을 내는 시민도 꾸준히 생겨났다.
송해인 노송동장은 "'얼굴 없는 천사' 바람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1회 HD현대아너상 대상 수상
김준희(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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