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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용이 나타났다

용의 순우리말은 무엇일까? 용의 순우리말은 미르이다. 여기저기에서 미르를 상표로 쓰거나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있어서 미르에 익숙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르가 나타나는 문헌들은 많지만 천자문에 보면 명확히 등장한다. 광주천자문에는 미르 진(辰)/ 미ㄹ·룡(光州千字文)으로 나오고, 한석봉의 천자문에는 미르룡(石峰千字文)으로 나온다. 옛 천자문에 귀한 자료가 많다.  
 
고려 태조 왕건은 작제건(作帝建)과 용녀(龍女)의 소생인 용건(龍建)의 아들이었다. 작제건, 용건, 왕건으로 내려오는 것이 나라를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면, 용녀, 용건으로 내려오는 것은 용족임을 의미한다.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이나 후백제의 견훤도 용의 후손으로 일컫는다.
 
용은 주로 물을 의미한다. 용왕이 사는 곳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문무왕은 사후에 호국룡이 되겠다고 하여 동해 큰 바위에 장사를 지낸다. 바다의 왕이 되는 것이다.  
 
용은 왕을 상징하고, 출세를 상징하기도 한다. 용비어천가의 해동육룡이 상징하는 것과 잉어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등용문의 이야기도 상징에 기반을 둔 이야기다.  
 


서양의 용은 주로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주로 퇴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똑같이 용을 상상하더라도 상징이 주는 상상의 결과는 전혀 다르다. 꿈에 나타났다면 어떨까? 동양이라면 좋은 징조이고, 훌륭한 자선이 나올 징조이겠지만, 서양이라면 기분 나쁜 악몽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빅뱅의 권지용 씨, 즉 지드래곤은 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서양에서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처음 서양 사람들이 지드래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에는 권지용 씨와 마찬가지로 용이 들어가는 이름이 많다. 주로는 남자의 이름에 들어가는데 이는 용이 남성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점에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이 이름에 들어가는 것은 태몽과도 관련이 있다. 꿈에 용을 보면 큰 인물이 태어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신사임당이 용꿈을 꾸고서, 율곡 이이(李珥)를 낳았고 그리하여 어릴 때 이름이 현룡이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야기가 길었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이다. 청룡의 해라고 말도 많다. 용은 다양한 능력을 갖춘 상상 속의 동물이다. 그리고 용은 나라를 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용은 물을 다스리는 능력을 가져서 가뭄이나 홍수를 막아줄 것이다. 그러기 바란다. 한 해 나라의 운도 올라가고, 어려운 사람이 줄고, 어질게 세상을 이끄는 좋은 지도자가 많아지기 바란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아버지께서 나를 낳으실 때 태몽으로 용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에 용이 들어갔다. 용이 나타났다는 의미로 현(顯)이 함께 쓰였다. 늘 이름의 무게가 간단치 않다는 생각을 한다. 즐겁게,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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