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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짜리 도로 13개 쏟아졌다…총선 겨눈 '민원예산' 기막힌 풍경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총선 홍보용으로 쓰이는 지역 사업 예산이 대폭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에 거는 현수막에 쓰기 위한 10억·20억원 예산을 증액한 도로 건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사업이 아닌 준비 성격의 ‘용역 예산’도 대거 늘었다.
22일 부산시민들이 부산 남구 대연사거리 교차로에 내걸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홍보 현수막을 보며 지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0억원 이상 늘어난 지역예산 65건
25일 나라살림연구소의 ‘2024년 예산 국회 심의현황·문제점·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예산 심의를 거치면서 도로·건설 등 지역 개발사업 65건의 예산이 10억원 이상 늘었다. 타당성 평가 용역 사업 등 21건도 내년도 예산안에서 증액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타당성 평가 사업은 본사업을 진행하기 전 적정성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건당 수억원씩 들어간다.

내년도 예산안은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 대비 3000억원 감액(4조2000억원 감액, 3조9000억원 증액)된 656조600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국회에서 증액된 사업 중 연구·개발 예산(6000억원), 새만금 관련 예산(3000억원), 지역사랑상품권(3000억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 사업과 관련 있는 총선용 예산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의 홍보 목적으로 증액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정부안 없던 10억원 도로 13개
10억원 이상 국회에서 증액이 이뤄진 65건의 지역 개발사업 중 절반이 넘는 34건이 도로 건설 및 확장 사업에 집중됐다. 거제-마산국도 건설(50억원), 동해안 바닷가 경관도로 조성(3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인제상남-기린 국도, 안동풍산-서후국도 등 13개 도로 건설 관련 사업의 경우 똑같이 10억원씩 증액됐는데 모두 정부안에는 예산이 1원도 편성되지 않았던 사업이다.



국회에서 21건 증액이 이뤄진 타당성 평가 용역은 공항이나 고속도로, 학교 건설 전 사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사업이다. 예컨대 충남·대구경북·울산 영재학교 설립 타당성 용역비로 각각 5억원씩 동일하게 증액이 이뤄졌다. 용역을 거친 뒤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지역구에선 현수막 등을 통해 “예산을 따냈다”고 홍보가 가능하다.

“용역 예산으로 국회의원 홍보 가능”
나라살림연구소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예산 확보 노력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규모와 성격이 다른 다수의 지역 도로 사업 증액 금액이 20억원, 10억원 등으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면밀한 평가보단 ‘나눠 먹기’ 식으로 이뤄졌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타당성 용역 금액을 증액한 국회의원은 대형 사업의 국비 예산을 확보했다고 홍보할 수 있다. 2024년은 총선이 있어 홍보가 더욱 필요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친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회 증액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종교 관련 사업 증액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코리안크리스천필하모닉콘서트(3억원), 생활 속 공감하는 수행문화(2억7000만원) 등 종교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예산이 20억원 늘었다. 울산 백양사 태화 불교문화교육관(15억원) 등 종교문화시설 건립 예산은 국회 증액 규모만 77억원에 달한다. 정부안에서 258억원을 책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율이 30%에 달한다.

단일 사업 중에서 실질적으로 예산 증액 규모가 가장 큰 건 3000억원 늘어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 사업이다. 지역화폐 예산은 3년 연속으로 ‘정부 삭감→국회 증액’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 증액 논의, 소소위에서 ‘깜깜이’로
2024년 분야별 예산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국회 증액 논의는 모두 비공개 밀실 회의인 소소위에서 이뤄졌다. 증액 결과만 공개될 뿐 과정은 기록에 남지 않는다. 이런 ‘깜깜이 증액’이 선거용·의원 홍보용 예산 편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불가피한 소소위는 속기록을 반드시 남기고, 소소위 가동의 이유가 되는 예산 심의 시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감사를 더 일찍 하는 등 국회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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