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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그림에 "왜 다 벗었냐" 따진 초등생…나체 작품 교육법

" 벌거벗은 여성들이 있는 그림을 보는데 불쾌했어요. 충격 받았어요. "

프랑스의 11~12세 일부 학생들이 지난 7일 르네상스 시대 화가 주세페 체사리(1568~1640년) 그림을 보고 이렇게 반응했다. 파리 외곽에 있는 자크-카르티에 학교의 한 교사는 이날 미술 감상 수업에서 체사리가 지난 1603년에 그린 '디아나와 악타이온'이란 그림을 보여줬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이 그림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냥꾼 악타이온이 목욕하는 사냥의 여신 디아나(아르테미스)를 봤다가 사슴으로 변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그중 디아나와 요정 등 여성 5명은 나체다.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체사리의 그림 ‘디아나와 악타이온’. 그리스ㆍ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냥꾼 악타이온이 목욕하는 사냥의 여신과 요정을 봤다가 사슴으로 변하는 장면이 묘사됐다. 사진 헝가리 부다페스트 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이에 무슬림 자녀 등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몇몇은 시선을 피했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했다. 또 자신들의 종교가 이런 작품을 금지한다며 보기를 거부했다. 한 학부모는 교장에게 '내 아들이 이런 불쾌한 기분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며 항의 편지를 보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에 해당 중학교 교사들은 "교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맞섰다. 교육 환경이 악화됐는데 교사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업을 거부했다.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학교도 지난 10일 폐쇄됐다. 앞서 지난 2020년과 올해 10월 프랑스에선 교사가 무슬림 테러리스트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이 지난 11일 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항의를 주도한 학생을 징계하고 수업을 재개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 사진 pixabay
나체가 나오는 예술작품에 관련된 수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주(州)의 기독교계 학교인 탤러해시 클래시컬 학교 미술 시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1~12세 학생에게 미켈란젤로(1475~1564년)가 1500년대에 조각한 다비드상 사진을 보여주는 수업이 진행됐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포르노를 수업 자료로 썼다"고 항의했다. 다비드상은 구약성경 속 인물 다윗을 나체로 묘사한 작품으로 현재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다윗의 기개를 단단한 근육과 황금 비율로 표현해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는다.

학교 이사회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수업을 할 경우 2주 전에 학부모에게 알려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호프 카라스킬라 교장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카라스킬라 교장은 결국 자진 사퇴했다.

이에 이탈리아에선 다비드상 수업 논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리오 나델라 피렌체 시장은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세실리에 홀버그 아카데이마 미술관 관장은 "다비드상을 외설적이라고 보는 건 성경의 내용과 서양 문화, 르네상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018년 미국 유타주의 한 미술 교사도 누드화를 보여줬단 이유로 해고됐다. 이 교사는 당시 12세 학생들에게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모나리자',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등 100여개의 유명 작품을 보여줬는데, 그중 프랑수아 부셰(1703~1770년)의 '오달리스크' 등 나체가 나온 작품 3~4개가 포함됐다. 일부 학부모는 '교실 포르노'라며 비난했고, 경찰서에 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을 본 검사는 음란물의 정의를 충족하지 않는다며 해당 교사를 기소하지 않았다.

이중섭 작가의 '애들과 물고기와 게'란 작품. 두 명의 남자 아이가 물고기와 게 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표현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초등학교에선 위와 같은 나체 작품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미술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아 신체가 드러나는 그림을 보여주면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를 받을 수 있어 신중을 기한다. 그런데도 학교 안팎에서 지적이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앙리 마티스의 '춤' 작품을 교실에 붙여놓았는데 윗선에서 지적을 받은 적 있다"고 전했다. 20세기 야수파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년)가 춤추는 사람들을 단조로운 붉은 색 계열로 그렸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교과서에 이중섭의 '애들과 물고기와 게' 작품이 나오는데 한 학생이 아이들이 발가벗고 있다고 따진 적도 있다"고 했다. 이중섭(1916~1956년)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로, 해당 작품은 남자 아이 두명을 단순한 선과 형태로만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학생과 학부모는 예술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교사는 예술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초등미술교육학회 학술위원장인 최성희 광주교대 교수는 "누드화, 다비드상 같은 민감한 주제는 수업에서 배제하기 보다는 섬세하게 설계해 교수해야 한다"면서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아이들에게 노출시키지 말고, 수업 내용을 잘 계획해 인체의 아름다움과 시대적 배경 등을 배워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소영(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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