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채점에 1시간" 교수는 악필에 진땀…학생은 다른 불만 터졌다
서울 소재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A 교수는 지난 14일 기말고사 끝난 이후로 학생들의 답안지 채점에 돌입했다. A 교수는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워 여러 사람에게 ‘어떤 글씨로 보이냐’고 물어가며 채점하느라 두 장짜리 답안을 채점하는 데에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토로했다. A 교수는 “글씨를 못 쓰는 학생은 학생대로 고생, 교수는 교수대로 고생”이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로스쿨뿐만 아니라 서술·논술형 시험이 많은 인문·사회계열 교수들도 학생들의 ‘지렁이 글씨’로 난관의 연속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철학과 교수는 “글씨를 못 알아본다고 무작정 틀렸다고 할 수도 없어서 조교와 머리를 맞대고 글씨를 ‘해독’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행정고시·변호사 시험 등 국가고시 답안 채점에 다수 참여한 경력이 있는 한 교수도 “글씨를 못 쓴 게 아니라 내용을 못 알아볼 정도의 답안지도 다수”라며 “답안을 통해 자기 능력을 증명하는 것까지가 실력”이라고 말했다.
![학원에서 공개한 학생의 모의고사 답안지. 학원 홈페이지 자료 캡처](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2/49c0af8a-1f32-46c4-b395-cde9c5fa8537.jpg)
반대로 학생들 사이에선 오히려 손글씨 시험이 시대에 뒤쳐졌단 반응이 나온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 재학 중인 구모(25)씨는 “평소 노트북으로 공부를 하다 내신 시험만 수기로 치니 적응이 되지 않는다”며 “익숙하지 않은 필기 탓에 시험기간만 되면 5명 중 1명은 손목보호대를 꺼낸다”고 하소연했다. 외교관 선발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5)씨도 “악필이면 감점이 된다는 소문에 펜도 5번 이상 바꿔가며 대비를 했다. 시험 때문에 글씨도 연습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구모(25)씨는 ″평소 컴퓨터로 공부하는 것과 달리 교내 시험은 수기로 치러져, 시험기간만 되면 손목보호대를 착용한다″고 토로했다. 독자 제공](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2/b78174be-40a6-4980-97b3-302656a62d67.jpg)
교수들도 CBT 방식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교수들도 글씨를 해석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학생들도 고생하지 않아도 돼 반갑다”며 “이번 CBT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학교 시험에까지 확대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장비와 시설 문제로 교내 시험까지 CBT 방식이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변호사 시험 시설 마련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교내 시험을 위한 시설 도입은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정(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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