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선 넘었다!" 연 10만명 찾는 '아트부산'의 성수동 나들이
모두가 '어렵다'던 부산, 10만 명이 찾게 만든 비결
Q : 아트부산, 이제는 연 10만 명이 찾는다고요.
그런데 해외 박람회에 가보면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와요. 베를린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 열리는데도요. 박람회를 중심으로 지역 전체가 축제하듯 들썩이고요. 로컬 뮤지엄과 작가, 콘텐츠가 다같이 부흥하는 거죠.
저랑 이사장님이 부산 출신인데요. ‘부산에는 왜 이런 게 없을까’ 생각했죠. 공연 하나 보려면 서울에 가야 하니까요. ‘부산에도 보여줄 거리, 문화 콘텐츠가 많은데’. 부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싶었어요. 일종의 문화운동처럼요. 처음부터 돈을 좇아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그랬으면 벌써 접었겠죠.
Q : 글로벌 아트페어와 비교한다면, 아트부산의 현 위치는 어떤가요?
Q : 어떻게 키우나요?
이러면 콘텐츠도 로컬화돼요. 콘텐츠가 줄어든다는 뜻이에요. 오는 사람이 살 만한 것으로만 채워지니까요. 그 유명한 아트바젤도, 프리즈도 진부하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하죠. 이와중에 아트부산이 아트바젤·프리즈를 똑같이 벤치마킹 한다면, 의미가 있을까요? 없죠.
Q : 그럼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해운대, 기장, 광안리, 영도… 페어장 둘러보다 지쳐서 나가면 바다가 펼쳐져요. 항구와 해변, 섬과 산이 있고요. 고급 호텔뿐 아니라 로컬시장도 있어요. 아트부산을 중심으로 부산이 가진 모든 것을 총출동 시켜보자, 그래서 아트위크를 열었죠. 부산의 문화공간, 관광지, 로컬 브랜드와 협업해 아트부산 티켓으로 할인도 해주고요. 미술관과 갤러리를 순회하는 버스도 운영해요.
Q : 그래도 일반 대중들은 아직 아트페어에 대한 진입장벽을 느낍니다.
" 즐기는 방식, 경험의 가짓수를 늘려야 한다. "
콜렉터로서 다양한 아트페어에 직접 다니면서 느낀 거예요. 그래서 아트부산은 경험 설계에 공을 들였어요. 라운지 공간을 키운 게 대표적이죠. 부산이어서 가능한 시도라고 생각해요. 벡스코에서 한 아트부산 2023은 축구장 4배 정도 크기인 8000평 규모였거든요. 더 많은 갤러리에 부스를 팔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렇게 안 했어요. 경험은 오래가니까요. 좁으면 빨리 나가고 싶고, 좋은 기억으로 안 남아요. 아이를 둔 어른들이라면 더 힘들 거고요. 다시 오고 싶지 않겠죠.
여기저기 편히 앉아 쉬면서 방금 본 작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했어요. 키즈 체험을 구성해서 부모들의 편한 관람을 설계했고요. 아트숍의 퀄리티도 높였어요. 내가 피카소 그림은 못 사도 도록은 살 수 있으니까(웃음). 그 도록에는 페어의 경험이 담기겠죠.
이렇게 된 이상 서울 그 너머로 간다
Q : 서울이라는 계단을 꼭 밟아야 하나요?
테파프 마스트리히트라는 프리미엄 아트페어가 있어요. 네덜란드 남쪽 끝단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열리죠. '여기에 누가 와?' 하지만 한 달간 내는 매출액만 4조 원이에요. 전세계에서 온다는 거죠. 페어기획팀은 1년 내내 이 작은 마을에서 어떻게 일하지? 하고 봤더니 11개월은 암스테르담에 있는대요. 협업 대상들과 기회가 거기 있으니까요.
살짝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우리의 모태는 부산이지만 일은 서울에서 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핵심인 페어는 부산에서 계속 열되, 서울로 가서 기회를 더 넓히는 게 목적이었어요. 디파인 서울도 서울에서 발견한 기회고요.
Q : 어떤 기회를 발견했나요?
이렇게 새로운 것을 눈에 넣고, 관점을 바꾸게 하는 데 팀원 구성의 변화도 큰 몫을 했어요. 부산팀과 달리 서울팀에는 미술 전공, 갤러리 출신이 한 명도 없어요. 대기업 출신, 컨설팅이나 브랜드 디자인 경력자들로 채워졌죠. 시각이 다양해졌다는 뜻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우리 안에 고인 질문인가, 시장이 정말 원하는 건가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거죠.
Q : 코엑스가 아닌 성수동에서 연 게 의외예요.
그런 매력을 가져오고 싶었어요. 그러기엔 성수동이 제격이었고요. 수제화거리도 있고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던 동네여서 디자인페어와 잘 맞아떨어졌죠. 장소 세 곳을 거점으로 성수동을 누비면서 작품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줬어요. 거점 간 셔틀버스도 운영했는데요, 몇몇 분이 이러더라고요. "그걸 왜 타요! 걸어다니는 재미지." 저희가 의도한 콘셉트를 이해하고 즐겨주시는구나,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컸구나를 느꼈어요.
Q : 잘하던 아트를 두고 디자인 시장으로 가자는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요.
2020년 아트부산에서 디자인을 작은 섹션으로 소개했는데요. '뭉뚱그려 하나의 콘텐츠로 소개할 게 아니라 비중있게 잘 다루면 의미 있겠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그래서 디자인시장을 들여다봤더니 개선해야 할 것들, 개선할 법한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트는 세제 혜택이 잘 돼있지만, 그 혜택을 받으려면 '누가 봐도 미술품' 처럼 보여야 해요. 여기에서 디자인 제품은 벽에 막히기 쉽죠. 의자 디자인 제품은 '의자는 미술품이 아니다' 소리를 들으니까요. 혜택에서 제외되니 수요가 적고, 시장이 커질 수가 없죠.
이걸 해결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저희가 잘하는 것, 페어를 기획해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장벽을 또 한번 허무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Q : 또 허물고자 하는 벽이 있나요?
(후략)
폴인(folin@foli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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