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등만 터졌다...실패로 끝난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MBK파트너스가 지난 5일 시작한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 주식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났다.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MBKP SS)는 22일 입장문을 내고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MBKP SS는 지켜보겠다”고 했다.MBK파트너스는 현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의 반대 편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조희원 씨와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 공개매수 시작 열흘 만에 매수가를 2만 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리며 공세적으로 나섰다. 이에 조현범 회장 측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과 효성첨단소개가 백기사로 나서면서 주식 매입 경쟁이 격화했다.
양측이 대립하면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요동쳤다. 지난달 1만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공개매수 시작 사흘 만에 2만375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등락을 거듭한 주가는 공개매수 종료일인 22일 낙폭을 늘리며 1만6380원에 마감했다.
고래 싸움에 주식을 매입한 개미투자자는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개매수 실패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향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올 9월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1만1000원 수준이었다. 9월 수준으로 주가가 내려간다면 고점에 주식을 매입한 개미투자자는 주당 1만원 이상의 손실을 보게된다.
MBK파트너스와 조 고문도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업계에선 공개매수 시작부터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국앤컴퍼니 최대 주주 조현범 회장(42.03%)의 지분율이 높아서다. 공개매수가 시작되면 주가는 공개매수 단가에 가까운 낮은 가격을 형성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공개매수 사전 정보 유출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공개매수 공시 전부터 주가는 물론 거래량도 함께 올랐기 때문에 주식을 많이 매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는 조사 전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살펴보는 단계”라고 했다. MBK파트너스는 최종 공개매수 청약 수량을 26일 공시할 계획이다.
양측 간 대립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조 회장의 우호 세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늘린 과정에서 시세조종이나 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5%룰) 위반 혐의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또 조 이사장이 아버지인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신청 소송도 변수다. 내년 1월로 예정된 2심 법원이 조 이사장의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2020년 조 명예회장이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를 차남인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에게 넘긴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 의사로 결정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같은 법적 공방이 장기전에 접어들면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허점을 보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고가에 주식을 매입한 개인투자자의 손해에 더해 경영권 취득을 목적으로 평소 거래량이 적은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는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다”며 “금융감독이 나서 주가 띄우기 의혹 등을 적극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헌(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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