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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가문과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이종범의 희생

지난해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고우석과 이정후, 이종범(왼쪽부터). 사진 일간스포츠
“내가 선수와 코치를 하는 동안 집사람과 딸이 정말 많이 희생해줬다. 이제는 내가 희생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종범(53) 전 LG 트윈스 코치는 지난달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가족회의를 열었다. 아들인 이정후(25)와 사위인 고우석(25)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결정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들과 딸뿐만이 아닌 사위와 손주까지 챙기게 된 이 전 코치는 ‘희생’이란 단어를 수차례 강조하며 “때가 왔다”고 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설명이 필요 없는 프로야구 전설 중의 전설이다. 건국대 시절부터 독보적인 호타준족으로 활약하며 소위 오빠무대를 몰고 다녔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 입단 후에는 각종 기록과 트로피를 독식했다. 1994년에는 지금도 깨지지 않는 84도루를 달성해 MVP를 차지했고, 3년 뒤에는 프로야구 최초로 3할 타율과 30홈런, 30도루를 돌파했다. 또,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선 국가대표 주장을 맡아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일본프로야구(NPB)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던 1998년 태어났다. 이종범의 뛰어난 DNA를 물려받아 휘문고 시절까지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고, 2018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뒤로는 외야수로 전향해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정후에게 아버지는 든든한 후원자이면서도 높은 벽이기도 했다. 언제나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MVP로 우뚝 서며 자신만의 가치를 입증했고, 올겨울에는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실현시키면서 이종범이라는 그림자에서 더욱 자유로워졌다.

바람의 부자는 미국 현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74억원)로 계약한 외야수 이정후를 두고 “한국에서 온 젊은 스타는 자신을 ‘바람의 손자’라고 소개했다. 그의 아버지는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을 지닌 KBO리그의 대표 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정후에게 아버지와 관련된 질문을 여러 차례 던질 만큼 ‘뼈대 있는’ 야구 가문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지난 16일 샌프란시스코 입단 기자회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스캇 보라스와 이정후, 어머니 정연희 씨, 아버지 이종범 전 LG 코치(왼쪽부터). 연합뉴스
이제는 더 큰 무대로 향하게 된 이종범과 이정후 부자. 그러나 이들이 그리는 아메리칸 드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종범의 사위이자 이정후의 매제인 마무리 투수 고우석도 빅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LG의 통합우승을 이끈 고우석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무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지난달 메이저리그 몇몇 구단이 고우석의 신분조회를 요청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막연한 꿈만 갖고 있던 고우석은 구단과 상의해 미국 진출 도전을 허락받았고, 이정후와 같은 날 포스팅 시스템으로 등록돼 현재 협상 중이다. 계약 가능 기한은 내년 1월 3일. 이정후만큼의 대형 계약은 쉽지 않지만, 고우석과 LG 모두 만족할 만한 액수가 나온다면 둥지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8일 고척 LG-키움전에서 이정후(오른쪽)가 아버지 이종범 코치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이정후의 뒤를 이어 고우석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면 처남과 매제가 함께 빅리거가 되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조력자인 이종범 전 코치도 미국 연수를 계획 중이다. LG라는 안정된 직장을 잠시 뒤로하고 아들의 미국 적응을 돕기 위해 현지 구단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한 가족에서 무려 3명이 빅리그의 일원이 되는 셈이다.

이정후는 지난 19일 귀국해 미국행 준비를 시작했다. 이 전 코치와 이정후의 어머니인 정연희 씨는 함께 들어오지 않고 당분간 미국에서 머물며 현지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바람의 가문’을 이끄는 이 전 코치는 “아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봉준(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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