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개리 US 제철소

박춘호

박춘호

인디애나 개리는 시카고에서 가깝다.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차로 30~40분만 동남쪽으로 달리면 일리노이와 인디애나 주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개리시에 도착할 수 있다. 개리시는 시카고의 범죄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시카고 거리에서 발생하는 총격 사건에 쓰인 많은 불법 총기류들이 개리시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개리시의 유명 총기 거래상에서는 신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명의로 총기를 구입한 뒤 이를 범죄 조직 등에 판매하는 일이 잦았다. 이로 인해 한 총기 거래상은 시카고 시청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개리에는 또 듄스 국립공원이 위치해 있다. 시카고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이기에 많은 한인들도 찾는다. 일종의 모래 언덕인 듄스는 미시간 호수에 가라 앉았던 곳이었다가 수위 하강으로 지표면으로 드러나며 거대한 모래 언덕을 이루게 됐다. 이 국립공원 트레일 코스를 걷다 보면 멀리 미시간 호변 위로 신기루 같이 떠 있는 시카고 다운타운의 마천루를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수면 위에 떠 있는 호수 같은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개리시는 예전에 크게 발전했던 블루칼라 도시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US 제철의 개리 공장이 아직도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철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공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한때 미국의 철강산업이 한창 번창했을 무렵 개리시의 인구는 60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개리시는 미시간 호변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제조업이 크게 번성했던 시카고와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 등으로 인해 제철소가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다. 주로 생산하는 철강 제품이 자동차나 가전제품이 필요한 특수 철강이었기에 개리시의 위치가 좋았다.  
 
한창 개리시가 발전했을 때는 미국 제조업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개리시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가 제철소에서 근무했던 블루 칼라 노동자였다. 또 시카고 건축물을 상징하는 시어스타워에 들어간 철제 빔 역시 개리시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1970년대 중반 세워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20년 이상 보유한 건물의 뼈대가 개리시에서 나온 것이었다. 또 시카고 공공 건축을 얘기할 때 빼어놓을 수 없는 데일리 센터 광장의 피카소 작품 역시 개리시에서 생산한 철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이 철제 작품은 피카소가 시카고 주민들에게 주는 선물이었으며 당시 아버지 데일리 시장이 백지수표를 전달했으나 피카소가 거절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개리시의 이름은 US 제철소의 공동 창업주 이름에서 따왔다. 즉 US 제철소는 1901년 카네기제철소(Carnegie Steel Company)와 연방제철소(Federal Steel Company), 내셔널 제철소(National Steel Company) 간 합병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중 연방제철소는 엘버트 개리가 세운 회사였다. 개리시가 1906년에 설립될 당시 이미 US 제철소가 이 곳에서 철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변호사이자 판사, 사업가였던 엘버트 개리는 일리노이주 서부 서버브인 위튼에서 태어났고 시카고에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위튼시의 초대 시장을 역임하기도 한 개리는 변호사와 판사를 하면서 철강 제품 생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시카고에 본사를 둔 연방제철소 사장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1901년 여러 철강회사를 합쳐 US 제철소를 설립하게 되는데 함께 설립한 사람들의 면면이 대단하다.  
 
현재 굴지의 금융사로 성장한 회사의 창업주들인 JP 모건과 찰스 슈왑 등이 US 제철의 공동 창업자였다. 설립 초기 연방 정부로부터 독점법 위반 혐의로 인해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성장시켰던 개리 회장의 역량으로 회사는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US 제철소의 운명도 내리막을 피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는 미국내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개리시의 제철소 역시 러스트 벨트의 대표적인 상징이 됐다. 도시가 쇠퇴하자 카지노가 들어섰고 도시는 더 황폐해졌다. 뉴욕에 근거지를 뒀던 트럼프 호텔 & 카지노가 개리시에 트럼프 카지노를 세운 것도 이쯤이다. 이곳에서 트럼프는 미스 USA 행사를 열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큰 행사가 있을 때면 도시 전체가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각종 파티와 모임이 이어지면서 도시의 활력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 인근에서 양장점을 운영했던 한인의 설명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US 제철소가 결국 일본 제철에 의해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관계 당국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거래액만 141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딜이다. 일본 제철은 US 제철의 주식을 모두 사들여 자회사로 둘 계획이다. 다만 US 제철의 이름은 그대로 남고 본사 역시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 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인해 철강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일본 제철이 US 제철을 인수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시카고 인근 개리의 US 제철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어떻게 변화한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