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큰일"…'의령 봉사왕' 할머니, 별세 후 시신 기증
![경남 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생전 모습. 공 할머니는 지난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사진 의령군](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0/c0dabac1-198f-4d25-8b89-c774a89dfe9a.jpg)
경남 의령군 유곡면에서 ‘봉사왕’으로 통했던 공도연(사진) 할머니가 1999년부터 쓴 ‘봉사일기’에 적은 글이다. 공 할머니는 한평생 이웃 돕기에 힘썼다. 고(故) 박정희부터 문재인까지 역대 정권에서 받은 표창장만 60개가 넘는다. 공 할머니는 지난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뒤늦게 공 할머니 별세 소식을 접한 지역 주민들은 “진정한 천사가 하늘나라로 갔다”“군민 대상을 천 번 받아도 모자란다”고 말하며 추모하고 있다고 의령군은 전했다. 자녀가 있는 창원에서 할머니 장례를 치르는 바람에 소식이 늦게 알려졌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봉사…지역 의대 ‘시신 기증’
![경남 의령군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영정사진과 훈장증. 사진 의령군](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0/1f179ff3-0416-4bd1-a995-0fa8560cbd7e.jpg)
의령군에 따르면 공 할머니는 17살 때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했다. 이웃에게 밥 동냥을 하며 끼니 걱정을 해야 했을 정도로 가난했다. 10년 넘게 낮에는 남의 집 밭일과 봇짐 장사를 하고, 밤에는 뜨개질해 장에 내다 팔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구멍가게를 열고, 논 3305㎡(1000평)을 사 벼를 심었다. 생전 공 할머니는 봉사일기에 “가난 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아픔과 시련을 알지 못할 것”이라며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적었다. 반백살 봉사 인생의 시작이었다.
가난 설움 알기에…반백살 봉사 이어와
![1999년부터 쓴 공도연 할머니의 '봉사일기'. 사진 의령군](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0/e312c8e5-0e86-4573-af4c-7d7ec70598e2.jpg)
![1999년부터 쓴 공도연 할머니의 '봉사일기'. 사진 의령군](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0/188c0059-be9e-4137-9e0c-f0d847127322.jpg)
그는 지난 50년 동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내놨다. 각종 단체에 쌀 등 물품도 기탁했다. 길에서 거지를 만나거나 누군가 궁핍한 이웃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쌈짓돈과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챙겨줬다고 한다. 리더십이 탁월했던 공 할머니는 여러 사회 단체장을 맡아 동네 여성에게 한글과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친 것은 지역에서 유명한 일화다.
몸무게 35㎏, 리어카 끌며 나물 팔아 번 돈 ‘기부’
당시 공 할머니는 “사회 공헌이라는 거창한 명분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이 밥을 먹고 숨을 쉬듯이 일상적인 봉사활동을 해왔다”며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정말 부끄럽다”고 몇 번이나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할머니 딸 박은숙(61)씨는 “봉사는 엄마의 삶의 낙이었다”며 “해부학 연구가 끝나고 선산에 어서 모셔 큰절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대훈(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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