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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류진 “4대 그룹 오니 한경협 살아나...꼴찌서 1등 된 기분”

류진 한경협 회장(풍산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경협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경협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풍산그룹 회장)은 “4대 그룹이 들어와 한경협이 다시 살아났다. (이 기업들이) 들어오지 않았었다면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임시총회 때 4대 그룹이 6년 만에 재가입하면서 한경협이 경제단체로서 위상을 회복했다는 취지다.

류 회장은 지난 20일 한경협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 회장들의 선친이 과거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터라 (회장들이) 다들 책임감이 있고, 애착이 있다”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포함해 4대 그룹 총수 모두가 다른 작은 회원사들을 도우려고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소통도 잘되고, 상생도 하고 있어 긍정적”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이후 2017년 삼성·현대자동차·SK·LG는 한경협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연쇄 탈퇴했다. 당시 전경련은 ‘해체’ 압박을 받을 만큼 위상이 무너졌으며 구조조정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지난 8월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며 새롭게 출범했다. 동시에 4대 그룹도 재가입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김창범 상근 부회장은 “4대 그룹이 공식적인 회장단으로 복귀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필요한 부분에서 참여는 서서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도 이달 말 한경협 회장 취임 100일을 맞는다. 류 회장은 “100일을 마치 1000일처럼 바쁘게 보냈다”라며 “단체를 정상화 시키는게 꼭 워크아웃 들어간 기업을 회생시키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내 일의 80%는 한경협이 차지하고 있다”라며 “원래는 월·수·금 한경협에 출근하고 화·목은 풍산에 갈 계획이었지만 거의 매일 (한경협 회관이 있는) 여의도에 오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경협은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영국 국빈 방문시 경제사절단을 구성해 파견하는 등 최근 정부 행사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류 회장은 “그동안 5년 이상 정부의 ‘패싱’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한경협을 파트너로 여겨주고 있다”라며 “마치 꼴찌에서 1등 된 기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에서 꼭대기로 올라간 기분이 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국내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및 상속 분쟁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류 회장은 “형제끼리, 집안끼리 싸우는 곳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 또한 경쟁력”이라며 “이기는 쪽이 계속 이끌어 갈 것이고, 그걸 경험 삼아 해외에서도 잘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장 문제는 오너 2세, 3세로 (경영권이)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라며 “자식이 사업 능력이 있으면 물려받되, 만약 자식이 능력이 없으면 구태여 족보식으로 경쟁하지 않고 전문경영인(CEO)을 잘쓰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협은 회원사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류 회장은 “과거 4대 그룹이 (전경련을) 나가면서 150개 기업도 함께 탈퇴했다. 그들이 다시 온다면 단체에 힘이 더욱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단 구성도 중요한데, 지금 여성 부회장이 하나도 없어 누가 적합할지 찾고 있다”라며 “부회장단 업종도 다각화해 IT쪽, 네이버 등 포털사 쪽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결정 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현재 11명인 부회장단을 최고 25명까지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류진 한경협 회장(풍산그룹 회장·왼쪽)과 김창범 상근부회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경협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경협
류 회장은 한경협의 글로벌 활동을 더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지난 5년간 해외 경제단체와의 관계가 많이 끊어졌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어느 단체와 이야기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경우를 봤다”라며 “대한상의, 무역협회와도 한 팀이 돼 해외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년 과제로는 한·미·일 3국의 비즈니스 파트너십 구축, 미국 상공회의소·일본 게이단렌과 함께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개최 등을 꼽았다. 그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G7(주요 7개국) 계열에 들어갈수있도록 하는게 나의 목표”라고도 덧붙였다.


한경협은 21일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기 위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정책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연구총괄대표 겸 한경연 원장에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을 내정했다. 연구총괄 산하에는 미래전략TF와 경제교육팀을 신설했으며, 글로벌리스크팀에서는 글로벌 현안에 따라 수시로 글로벌 프로젝트 TF를 운영할 예정이다. 한경협은 “국가와 기업의 미래전략을 발굴하고, 공급망, 국가 간 분쟁 이슈 등 글로벌 어젠다 대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박해리(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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