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고깃집도 텅텅 비었다…직장인 '연차 시즌'의 반전
![19일 서울 명동 거리 인파. 뉴스1](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0/0b2292c3-73f2-47ab-bc4f-16c884c2be0c.jpg)
![얼어붙은 소비심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0/c5f3aa51-6a5f-411a-88d8-5838b4284b86.jpg)
삼성전자에 다니는 직장인 박모(41)씨는 26일부터 연말까지 휴가를 냈다. 박씨 주위에도 연말에 연차를 낸 동료가 많다. 크리스마스와 설날까지 더하면 열흘을 쉴 수 있어서다. 박씨는 연차 기간 하루 스키장에 다녀오고, 가족과 송년 저녁을 하는 일정 외에는 집에서 쉴 계획이다. 박씨는 “외식은 물론 여행 물가가 너무 올랐다. 장기 휴가지만 연말 분위기가 좀처럼 안 난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0/e68a2e82-2dff-400b-a26c-e7a69a733e78.jpg)
통계로 본 소비 상황판도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2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0.9포인트 내렸다. 8월부터 4개월째 내림세다. CCSI가 100보다 작으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란 뜻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발표한 ‘경제 동향’에서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에 ‘내수 둔화’를 언급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계 실질 소득이 줄었는데 고물가 추세가 지속한 영향으로 민간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다”며 “지난해 4월 거리두기 해제,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앤데믹 선언에 따른 ‘보복 소비’ 효과도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내년 전망도 싸늘하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 전망에서 내수 회복세 둔화를 반영해 내년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끌어내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생활 밀접업종(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과 제조업종 등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절대다수가 내년 경영환경이 악화(50.1%)하거나 올해와 비슷(42.4%)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이 부진한 올해 3분기까지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내수(민간 소비)였다. 하지만 내수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성장기여도)가 줄었다. 한은에 따르면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1분기 0.3%→2분기 0.6%→3분기 0.6%를 기록할 동안,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0.3%포인트→2분기 -0.1%포인트→3분기 0.1%포인트에 그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데 기여도가 비중에 훨씬 못 미쳤다는 건 내수가 다른 항목의 성장을 갉아먹었다는 의미"라며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내수 성장기여도를 끌어올려야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20/f5a7e0bc-5558-452f-be62-4c0b3cea9804.jpg)
수출에 가까스로 온기가 돌기 시작한 만큼, 내수를 살리는 게 경제 성장의 관건으로 꼽힌다. 최근 지명된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역동 경제’가 받아든 숙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진행한 대규모 할인 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조차 조용히 지났을 정도로 정부가 주도하는 내수 진작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물가 안정에 주력하되 제조업 생산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관광·교육·의료·금융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수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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