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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어스보다 못한 조준경? 北 자랑한 '눈' 수준 보니

"만리를 시야에 둔 '조준경'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틀어쥐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를 자축하며 앞선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과까지 함께 선전했다.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이미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는 보다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ICBM의 기술적 완성도에 의문이 남을 뿐 아니라 정찰위성의 성능 또한 민간 공개용 상업 위성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인터넷 검색이 나을지도"
북한이 지난달 21일 세 번째 시도 끝에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는 하루에 최소 두 번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부터 정찰위성이 공식 임무에 착수했다며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 정찰위성운용실이 위성 운용과 정보 분석 등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달 2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하는 장면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에서 보는 모습을 지난달 23일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다만 연일 한반도와 미국 영토를 찍었다고 주장하는 선전전이 무색하게 북한 당국은 단 한 번도 위성이 촬영한 결과물을 공개한 적 없다. 해상도 등 관측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9일 방송에 출연해 "일반인이 인터넷에서 필요한 지역이나 기지를 검색할 수 있는데, 그런 기능이 (북한의 위성보다) 오히려 우수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구글 어스'(Google Earth) 등보다 못할 수준일 것이란 뜻으로 읽힌다.

앞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한 사진을 공개했지만, 화면에는 한반도와 태평양 일대 등 광범위한 지역이 흐릿하게만 담겨 있었다. 만리경-1호가 직접 촬영한 사진인지 아니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른 위성이 찍은 기존 사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북한이 지난달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했다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연말에 녹음 무성?…해상도 조악
지난 1일에는 전날 김정은이 공군사령부를 방문한 사진이 공개됐는데, 벽면과 바닥에 한반도와 일본, 동남아, 태평양 일대가 담긴 초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됐다. 북한은 이를 만리경-1호가 촬영한 사진이라고 직접 밝히진 않았다. 다만 대대적인 위성 홍보 직후 공개된 일정인 데다, 화면 하단에 '북위', '평양시간' 등이 명시돼 마치 자체 위성 사진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연출했다.

 지난달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군사령부 등을 방문한 사진. 노동신문=뉴스1.

그런데 해당 화면에는 11월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일대가 푸른 녹음으로 뒤덮인 것으로 나타났고, 해상도도 조악한 수준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구글 어스에서 따온 한반도 지도나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의 화면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군사령부 등을 방문한 사진. 노동신문. 뉴스1.

전문가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실제 만리경 1호가 촬영한 사진인지 아니면 단순히 기존 지도를 스크린에 띄웠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사진 자체만 놓고 보면 과거 북한이 농업 용도로 중국으로부터 받았던 위성 사진보다 정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대로 된 위성 사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현재 영상 레이더(SAR) 위성이나 적외선(IR) 위성 없이 광학 위성만 보유한 상태이기 때문에 밤이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위성 촬영이 불가하다"며 "지상에서 위성이 보낸 정보를 수신해 해석하기 위한 기술도 추가 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군사령부 등을 방문한 사진. 노동신문. 뉴스1.
"개발 시도 폄하는 안 돼"
물론 북한의 정찰위성이 아직 초보적인 임무만 수행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도 전략적 의미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북한이 앞으로 위성 여러 기를 추가로 발사해 '정찰위성 2.0', '3.0' 시기로 나아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기술 진전 속도를 폄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오는 27일 전후에 열릴 당 전원회의에서 정찰위성 추가 발사 관련 계획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북한이 지난달 2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적반하장 북한 두둔하는 중ㆍ러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화성-18형' 발사에 대응한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딴지로 1시간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올해 북한의 세 차례 정찰위성 발사 시도와 이번까지 다섯 차례에 이르는 ICBM 발사 등에 대해 안보리 회의가 열렸지만 모두 언론 성명 등 가장 낮은 단계의 공동 조치도 도출하지 못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에 단호히 경고한다"며 적반하장 주장을 펼쳤다. 그는 "(한ㆍ미가) 계속 북한의 주권과 안보를 짓밟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군사적 위협을 계속한다면, 북한의 무력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도발 세력은 모든 결과에 대해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응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김성 주유엔북한대사가 발언하는 모습. 유엔 웹티비 캡처.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도 북한을 두둔하며 한ㆍ미를 탓했다. 겅솽(耿爽) 주유엔 중국 차석대사는 "확장억제 강화 시도는 긴장을 고조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 또한 "미국은 정부(북한 당국)를 전복시키겠다는 위협을 비롯해 공세적인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응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가 발언하는 모습. 유엔 웹티비 캡처.

이에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중ㆍ러를 겨냥해 "두 상임이사국이 추가 대북 제재는커녕 대북 규탄마저 꺼리고 있다"며 "북한 문제는 더는 역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며 불법 무기 수출, 금융 기관 해킹, 가상 화폐 탈취 등으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한ㆍ미ㆍ일을 비롯한 10개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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