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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어인간’에 가로막혔던 SK ‘호주 가스전’ 극적 타결됐다

SK E&S가 개발 중인 호주 북부 해상의 바로사(Barossa)가스전. 사진 SK E&S

현지 주민의 반대로 1년 가까이 중단됐던 한국 기업의 해외 가스전 사업이 정부 간 협력에 힘입어 극적으로 재개됐다. 전쟁 등 에너지 공급망 변수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에너지 수급과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호주 해양석유안전환경청은 SK E&S의 해상가스전 시추 환경 인허가를 승인했다. 유력한 해외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잭팟’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SK그룹 에너지 전문기업인 SK E&S는 호주 바로사(Barossa)가스전에서 시추한 LNG를 조만간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게 됐다. 호주 북쪽 바다에 위치한 바로사가스전은 천연가스 매장량이 7000만t 이상으로, 국내 연간 LNG 소비량인 4000만t을 크게 웃돈다. 국내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해외 가스전 개발에 나선 첫 사례다.

LNG는 석유·석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탄소중립으로 가는 ‘가교 에너지원’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난해 일본·중국에 이어 LNG 수입 3위국(4638만t)이었다.

김경진 기자

하지만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국내로 직도입하는 물량은 5%에 그쳐 에너지 수급과 가격이 국제 시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LNG 가격은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지난 10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분쟁으로 자국 가스전을 폐쇄하면서 다시 치솟았다.

업계에선 SK E&S가 바로사가스전 사업을 통해 20년 장기계약을 맺고 합리적인 가격에 LNG를 직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가스전 지분 37.5%를 포함해 1조5000억원을 투입했으며, 현재 공정률이 60%를 넘어 2025년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경진 기자
하지만 지난해 10월 일부 원주민 등이 인허가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추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이들은 가스전 개발이 신화 속 숭배 대상인 ‘무지개뱀’의 노여움을 일으키고, 사람이 악어로 변신한다는 설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현지 매체인 헤럴드선 등마저 “미신을 이유로 프로젝트를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지만, 호주 집권 노동당이 원주민 지위 향상 등을 들어 중재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해외 가스전 개발은 에너지산업 특성상 현지 정부의 개발 인허가를 받는 데만 10년 정도가 소요될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데, 자칫 그간 노력이 수포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에 정부가 ‘에너지 분야는 기업이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을 중심으로 다각도의 외교 채널을 가동해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호주는 한국이 LNG뿐 아니라 광물자원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양국은 이 사안을 포함해 지난 7월 한국에서 산업부 장관과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이 만나 에너지 협력 강화를 논의했고, 10월 호주에서 열린 에너지협력위원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김일영 SK E&S 업스트림본부장(오른쪽)이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쉐라톤 그랜드 시드니 하이드파크 호텔에서 앨런 스튜어트 그랜트 산토스 친환경에너지 담당 부사장과 한국-호주 간 국경 통과 CCS(Transboundary CCS) 추진 관련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SK E&S

이후 SK E&S 측은 의견수렴 주민 범위를 확대해 자료를 제출하고, 인허가 승인을 다시 신청했다. 그 결과 지난주 최종 시추 승인이 났고 작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SK E&S 관계자는 “앞으로 탄소를 제거한 ‘저탄소 LNG’를 매년 약 130만t 직도입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만큼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참여를 독려·지원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아(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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