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만 하면 지친다" 직장인 짤 등극…대륙 강타한 잔망 루피
" 루피는 연기파 배우다. ‘반미(班味)’가 그녀의 표정에서 살아난다! "
‘반미’는 지난 6개월간 중국 인터넷상에서 유행한 신조어. 올해의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출근이라는 뜻의 단어 ‘上班’의 두 번째 한자인 ‘나눌 반(班)’ 자와 ‘맛 미(味)’ 자를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다. 정확히 대응되는 한국어 단어는 없지만 ‘출근만 하면 피곤해하는 직장인들이 풍기는 기운’쯤으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우스갯소리로 하루만 일해도 평생 온몸에서 이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 어떻게 단순한 루피 짤을 성공적인 사업으로 바꿀 수 있었을까? "
루피 짤을 비즈니스로 전환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콘셉트 설정이다.
루피는 한국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 중 하나다. 만화 제목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루피는 주인공도 아니고 나오는 분량도 적다. 지금과 같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전까지 루피든 뽀로로든 중국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갑자기 유행하게 된 이유도 사실 애니메이션과 무관하다. 최근 2년 사이에 중국 인터넷에서 ‘직장인의 미친 문학’이라는 트렌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신조어 ‘반미’도 이러한 트랜드가 만든 단어다. 루피 짤 제작자는 잔망 루피의 외모가 이 트랜드와 잘 어울린다는 것을 발견하고 직장인을 위한 짤을 만든다. 이쯤 되면 기본적인 콘셉트가 생긴 셈이다.
둘째, 새로운 스토리 개발이다.
2022년 4월 1일 ‘뽀로로’ IP 회사는 유튜브에 루피의 싱글 캐릭터인 ‘잔망 루피’를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IP를 만들었다. 직장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인턴 루피가 매일매일 ‘직장 일기’를 업데이트하는 설정이다. ‘뽀롱뽀롱 뽀로로’에 나오는 루피는 예민하고 수줍음이 많다. 긴장하면 습관적으로 꼬리를 껴안거나 얼굴을 가리고 자주 울고 자신이 모두를 지치게 하는 것 같다고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러나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 모든 게 바뀌었다. 힘든 직장 생활이 그녀를 날카롭게 만든 것이다. 루피는 이제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에 남을 열심히 비난한다.
" 루피의 새로운 정체성과 정서적 카타르시스가 중국에서 흥행을 이끌었다. "
수많은 제2의 창작물 덕분에 ‘때로는 미친 비판을 하고, 때로는 아주 게으른’ 이미지까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 네티즌은 비천한 직장인 신분이라는 설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루피의 표정을 통해 업무 불만을 토해내는 것은 의외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상 최초로 상사를 꾸짖는 이모티콘이 탄생했다.
셋째, 대상의 수익화다.
가장 중요한 단계다. 이 시점이 되면 루피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루피와 LE LE CHA(樂樂茶·중국 밀크티 브랜드)가 공동으로 밀크티를 출시했다. 이때 내건 슬로건은 ‘일은 무슨 일~ 어린이날이나 즐겨’였다. 콜라보 밀크티는 그 당시 하루에 65,000잔 이상 팔렸으며 4,500개 한정 봉제 펜던트도 순식간에 동났다고 한다. 7월 15일에는 미니소(MINISO·중국 저가형 생활용품 아울렛)와 협업해 인형, 펜던트, 백 팩 등 상품을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금세 매진되었고 구매에 성공한 네티즌들은 ‘분홍 쥐’를 잡았다며 기뻐하는 글을 샤오훙수에 올리기도 했다. 이번에는 희차(喜茶·중국 밀크티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한다. 12월 14일부터 신메뉴‘여배우 블루베리’ 음료 단품을 구매하면 루피 얼굴이 그려진 음료 캐리어를, 음료 세트를 구매하면 루피가 그려진 컵과 뚜껑, 쇼핑백까지 받을 수 있다. 콜라보 음료 2인 세트를 구매하면 냉장고 자석을 랜덤으로 받아볼 수 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박지후(park.jihoo@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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