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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예술도시 성장 배경에는 '공공 프로젝트, 자본' 있었다

마이애미 아트페어 올해도 흥행 성공
셀럽이 열광하고 도시가 밀어주는 시스템
워싱턴DC 아트페어 가능성은?

 
마이애미 예술도시 성장 배경에는 '공공 프로젝트, 자본' 있었다

마이애미 예술도시 성장 배경에는 '공공 프로젝트, 자본' 있었다

 
지난 한 주, 전 세계 부호들의 휴양지이자 부동산 투자지역으로 인기 높은 마이애미는 갑부들과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의 놀이터였다. 이번 아트페어 최고가 작품은 프랭크 스텔라의 1958년 검은 회화 '델타'로 가격은 4500만 달러였다. 이 작품은 VIP 프리뷰 첫날 팔렸고, 500만 달러가 넘는 고가 그림들 역시 첫날 공개되자마자 줄줄이 팔렸다.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ABMB)'에 34개국 277개 갤러리가 참여한 가운데 관람객 7만9000명이 다녀가며 명실상부한 세계 예술 축제가 됐다. 
 
지리적 이점도 한몫 한다. 중남미로 가는 관문에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 컬렉터들의 접근성이 좋고, 1년 내내 따뜻한 날씨와 멋진 풍광 덕분에 휴양에 적합하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만큼 갤러리 60%가 북미와 남미 지역인 것이 특징이다. ABMB의 전체 매출은 아직 스위스 아트바젤 본행사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매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마이애미 아트페어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늘어난 후원사와 지역 미술관들이다. 마이애미의 유명 작가인 헤르난 바스의 대규모 개인전, 베를린 기반의 한국 예술가 안덕희 조던의 첫 미국 개인전, 찰스 게인즈와 게리 시먼스, 사샤 고든 등의 전시가 곳곳에서 열렸다. 뉴욕의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올해 처음 마이애미에서 아트바젤 기간 내내 함께 열렸고, 스콥 마이애미 비치 등 20여개 위성 페어가 성황을 이뤘다.  
 
마약과 총격이 빈번하던 범죄도시 마이애미가 예술 수도로 거듭난 비결은 뭘까. 배경에는 지역사회에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바로 라텐 아메리카 이민자 출신 메가 컬렉터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다. 이들은 개인 컬렉션을 대중과 공유하는 일에 그 어떤 지역들보다 적극적이다. 뿐만 아니라 직접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데 재정적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루벨미술관, 드라크루즈 컬렉션, 페레즈, 마이애미현대미술관(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마굴리스 컬렉션, 루벨뮤지엄이 대표적이다. 12월 초, 마이애미 아트페어 기간에는 수십 년 쌓은 내공으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들을 소개한다.  
 
페레즈 미술관(Perez Art Museum Miami)은 라틴 미술의 보고이다. 원래 마이애미 미술관(Miami Art Museum)이었다가 2013년 호르헤 페레즈(Jorge M. Perez, 1949~)가 자신의 컬렉션 중 2천만 달러 상당의 중남미 미술 컬렉션을 수백 점 기증한 데 이어, 추가로 2천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페레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이다. 부동산 개발로 축적한 부를 예술 사업으로 환원한다. 2019년에는 엘 에스파시오23(El Espacio 23)라는 개인 미술관을 추가로 열었다.  
 
또 다른 메가 컬렉터는 카를로스 드 라 크루즈(Carlos de La Cruz) 부부다. 쿠바계 이민자로, 1970년대부터 마이애미에 거주하며 미술품 컬렉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주로 남미 예술작품을 수집했지만 현재는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사들이고 있다. 아트바젤이 마이애미에 진출한 시기부터 지역 작가 전시를 기획하는 비영리단체 무어 스페이스(Moore Space)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2009년에는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 안에 드 라 크루즈 컬렉션(De la Cruz Collection) 미술관을 새로 열었다. 수준 높은 현대 미술 작품을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루벨 뮤지엄(Rubell Museum) 또한 작품 7000여 점을 보유한 개인 박물관이다. 루벨 부부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탁월한 안목으로 찾아낸다. 기본기가 탄탄한 성실한 작가를 선호하며 작품 구입 전에 반드시 작업실에서 작가를 만나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다. 루벨 뮤지엄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미국 내에서도 체계적 이기로 유명한데, 여기서 스타작가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가 탄생했다. 루벨 부부는 워싱턴DC(65 I St SW)에도 개인 박물관을 새롭게 개관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마굴리스 컬렉션(Margulies Collection)은 백만장자 마틴 마굴리스(Martin Z. Margulies)가 이채로운 에너지의 그라피티가 넘실거리는 윈우드 지구의 창고를 개조해 학생들과 미술 애호가들에게 살아 있는 예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미국과 유럽 현대 미술을 집중 컬렉팅하고 있는데 로버트 마더웰, 조지 시걸, 프랭크 스텔라 등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창고 곳곳,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만나게 된다.  
컬렉터들과 더불어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낙후된 지역 정비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성공적 사례가 디자인 디스트릭트이다. 마이애미 북쪽 해변과 국제공항의 중간쯤 노스이스트 42번가에 자리 잡은 이곳은 명품숍과 디자인 가구 쇼룸, 미술관, 레스토랑, 프라이빗 컬렉션 미술관을 한데 모아 예술, 미식, 소비를 총망라한다. 이 거리를 만든 사람은 부동산 개발회사 다르카의 창업자인 크레이그 로빈스(Craig Robins). 마약상과 강도가 우글대던 우범지대가 10년 만에 예술 거리로 변했다.  
 
마이애미의 성장을 보면 이렇다 할 예술 행사가 전무한 워싱턴DC의 현시점에 시사 하는 점이 많다. 정치 자본과 권력의 집약체인 워싱턴DC가 예술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방법은 없을까? 그 프로젝트에 한인 예술가들이 주역이 되면 어떨까?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와 한국 미술은 그동안 인연이 많지 않았다. 이번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참가한 워싱턴DC 갤러리는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이 지역 한인 예술가들은 뉴욕에 기반을 둔 시아 갤러리를 통해 훨훨 날았다. 시아갤러리(Space In Art New York) 김학균 대표는 “한국계 실력 있는 작가들이 더 큰 무대에 소개될 수 있는 자리”가 절실하다면서 “다양한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k-art가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아갤러리는 2012년 뉴욕 첼시에서 디자이너, 조각가, 음악가, O-1 특기자 비자 전문 변호사 등 4인으로 출발한 아티스트 그룹이었다. 설립 첫 해부터 스콥 마이애미 비치에 참가했다. 이후 뉴욕 맨해튼을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음악과 미술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막강한 아티스트 풀을 운영하며 손꼽을 만큼 굵직한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건강하게 갤러리를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김학균 대표는 “나 역시 서양미술을 전공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로서 아트페어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면 절대 오래갈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예술가들과의 깊은 신의를 바탕으로 작품 가치와 의미를 우선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념으로 김학균 대표는 '한국작가 그룹전(Korean Artists Group Exhibition)'을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 매년 주관하고 있다. 또 '한국 커뮤니티센터 갈라 전시회(Korean Community Center Annual Gala Exhibition. KCC. Tenafly, NJ)'를 개최하는 등 미국 현지에서 한국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전시기획 경험을 살려 활발한 문화예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 문화 행사가 가져오는 경제?문화적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현재 워싱턴DC는 글로벌 예술 도시가 되기에 좋은 조건과 기회를 갖고 있다. 마이애미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 이웃도시 뉴욕의 갤러리 운영 사례를 본받아 워싱턴DC가 새롭게 예술 중심지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클로이 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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