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시인의 부활…"눈이 2개인 게 아쉽다" 입소문난 파격 공연
![천재 시인 이상의 가상 장례식에 관객들을 초대하는 가무극 '꾿빠이, 이상'(연출 오루피나)이 오는 17일까지 서울 서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두번째 시즌 공연 중이다.사진 서울예술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16/3ecd043a-a8c8-4602-abca-3a96169bf096.jpg)
이상의 가상 장례식을 그린 서울예술단 가무극 ‘꾿빠이, 이상’(작사 오세혁, 연출 오루피나)이 6년만의 두 번째 공연으로 전회차(12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김연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실험적 무대에 옮긴 2017년 초연이 입소문을 타며 2회 연장 공연까지 매진된 바 있다. 당시 예그린어워드 혁신상‧안무상‧무대예술상 3관왕을 차지했고, 오리지널 제작진이 다시 뭉쳐 9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시즌2에 돌입했다.
장례식서 부활한 천재 이상의 영혼
이상이 남긴 무수한 정체성의 반영처럼, 이상 역할은 3명의 배우가 감각의 이상(이기완), 지성의 이상(이동규), 육체의 이상(김효준)으로 나눠 맡아 표현했다. 시인 김기림(리온), 소설가 박태원(이경민), 연인 금홍(박혜정), 후대의 추종자 서혁민(고석진), 연구가 피터 주(김보근) 등 13인의 증언이 분열된 ‘이상’을 더욱 조각낸다.
관객들도 똑같은 흰 가면에 얼굴을 감춘 채 조의금 봉투를 들고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장례식 공간에 조문객으로 참석한다. “나는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수많은 ‘나’가 있는 거요?” 이상의 절규가 바로 옆 관객의 귀에 그대로 와닿는다.
관객 가면 쓰고 조문객으로 참여
![이상의 시 세계를 재해석한 파격적 공연 형식, 관객이 직접 배우들과 함께 조문객이 되는 참여형 관람 형태로 입소문이 나면서 2017년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 역시 전회차 전석 매진사례를 이뤘다. 사진 서울예술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16/c36e10c4-fa57-4bd8-9c4f-69ddc15447bb.jpg)
“이상의 세계관의 복잡함과 모호함을 잘 전달했다” “배우들이 사방에서 연기해서 눈이 2개인 게 아쉬웠다. 1번 보고 끝내긴 아쉬운 공연” 등 호평이 많다. 초연 때도 여러 번 봤다는 한 관객은 "조문객(관객)들이 쓰고 있던 데드마스크를 벗고 부고를 찢어 허공에 날려버리는 순간 자신을 속박하고 단정 짓는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그 감각을 잊지 못해 재관람했다"는 평을 남겼다.
14일 전화로 인터뷰한 오루피나 연출은 “6년 만의 재공연이 저한테도 새롭게 다가왔다”면서 “최근 연출하며 서사를 중시하게 됐는데, ‘꾿빠이, 이상’은 서사보다 관객이 직접 느끼고 보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초연의 DNA와 고민 지점을 되살려냈다”고 말했다.
모호함 그 자체가 이상의 정체성
![2017년 초연에 이어 '꾿빠이, 이상' 재연 연출을 맡은 연출가 오루피나. 사진 서울예술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16/9491486a-fae5-4b15-97bf-576f3d9c81ec.jpg)
Q : -공간의 주황색이 강렬하다.
Q : -이상을 3명의 배우가 연기한다.
Q : -주제를 함축하는 장면을 꼽자면.
![천재 시인 이상의 가상 장례식에 관객들을 초대하는 가무극 '꾿빠이, 이상'(연출 오루피나)은 춤과 노래, 대사가 어우러진 가무극으로 관객이 참여하며 보는 이머시브 공연 형태다. 사진 서울예술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16/eeceb1c7-d944-438f-b266-dc457764f15b.jpg)
20대 중반이던 2008년 뮤지컬 ‘록키 호러 쇼’ 연출로 데뷔한 오루피나 연출은 ‘킹아더’, ‘호프’, ‘그림자를 판 사나이’ 등 대극장 공연과 실험극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그는 ‘꾿빠이, 이상’에 대해 "2017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국내에도 이머시브 공연이란 새로운 시도가 자리 잡던 시기에 탄생한 작품"이라며 "요즘엔 이런 도전이 줄어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작품 수는 늘었지만, 다양해졌는가 생각해보면 아닌 쪽에 가깝다. 그래서 관객도 줄어든 것 같다. 창작자들이 더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꾿빠이, 이상'으로 6년만에 다시 초심을 다졌다는 오루피나 연출은 공연계에 더욱 다양한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서울예술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12/16/5b87f8b0-c2c7-45c4-b79e-49a829ee7ff3.jpg)
나원정(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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