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신당, 호남보다 TK서 더 환영받았다…"역선택 가능성"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1월을 목표로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낙연 신당’이 호남보다 대구ㆍ경북(TK)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특히 민주당 지지층보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 신당에 대한 긍정평가가 많았다. 자신이 민주당 지지자라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 긍정평가는 21%, 부정 평가는 71%였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54%가 신당을 긍정적으로 봤다. 지역별로도 보수성향이 강한 TK에서 신당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다. 부산ㆍ울산ㆍ경남(PK), 대전ㆍ세종ㆍ충청이 39%로 그 뒤를 이었다. 호남에선 긍정평가가 26%, 부정평가 64%로 조사지역 중 가장 긍정평가가 적었다.
앞서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실시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호남(11.5%)에서 이낙연 신당의 지지율이 PK(12.4%)보다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제3지대에서 이낙연 신당 출현만 가정한 해당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신당의 지지율은 7.9%였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호남은 지난 대선 경선 전까지만 해도 이 전 대표의 최대 지지기반으로 꼽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 전 대표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전남에서만 4선(종로에서 1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전남지사를 역임했다. 지난 6월 귀국한 뒤 8월 강연 등으로 본격 정치 행보를 재개할 때도 호남부터 찾았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흐름이 보여주듯 호남 지역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연일 앞장서서 비판하고 있다. 이형석 의원(광주 북을)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과 호남 울타리 안에서 5선 의원과 총리, 당 대표를 지낸 분이 도의를 저버리면 호남은 이 전 대표를 외면할 게 불 보듯 뻔하다. 호남 지지를 못 받는 신당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측근으로 꼽혔던 이병훈 의원(광주 동남을)도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참여 의사가 없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강행할 경우엔 절연”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분열은 필패”라는 위기감이 호남에서 가장 크다는 분석이 많다. 한 호남 지역 의원은 “호남은 대선에서 근소하게 진 이후로 ‘총선에서도 분열하면 필패’라는 위기감이 있다. 당원들이 만날 때마다 ‘당신도 탈당할 거냐’고 묻는 데 아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호남 지지를 못 받으면 이낙연 신당 성공은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2016년 당시 ‘안철수 신당’이었던 국민의당이 파급력이 컸던 것도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휩쓰는 등 호남 지지가 탄탄했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지난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호남 및 민주당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높아 ‘역선택’ 평가를 받았던 걸 들며 “이낙연 신당이 TK에서 환영받는 건 역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1월 중순 전후로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창당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 측근은 “현역 의원들은 공천 때문에 (신당을 비판하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라며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결국 공천에서 자기 사람 채우기를 할 거란 게 피부에 와 닿으면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최근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회동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지원(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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