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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저성장보다 더 두려운 것

김경희 경제부 기자
“일본의 젊은 세대는 1980년대와 같은 경제 호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절반 이상은 차라리 지금이 낫다고 생각하죠.” 최근 일본의 한 대학교수에게 전해 들은 얘기다. 소위 MZ세대는 버블 경제(자산 가격 폭등)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 고도성장의 후과를 더 두려워하게 됐다는 의미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본 노조의 최대 목표는 임금 인상이 아닌 고용 유지라고 한다. 내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 또 다른 가족 구성원도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결과적으로 가계 소득을 늘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고용이 나빠지면 사회적으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범죄가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트북을 열며
다른 나라의 상황이라고 흘려들을 수 없었다. 반복된 경제 정책의 실패가 사회의 역동성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서다. 일본 젊은 세대가 성장보다 분배와 안정을 추구하는 건 뼈아픈 학습효과의 결과일 것이다. 버블 붕괴 뒤 20년간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0.8%였다. 분배에서 성장 위주로 경제 정책을 재선회한 ‘아베노믹스’ 기간에도 실질 경제성장률은 0.9%에 불과했다.

일본식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올해 한국 경제를 짓누른 주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다. 1분기 0.3%, 2분기 0.6%에 이어 세 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올해 연간으론 1.4%, 내년 2.1% 성장률 달성을 전망하고 있지만 결코 장밋빛은 아니다.



게다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저출산·고령화는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1960∼2021년 합계출산율 감소율(86.4%·5.95→0.81명)은 217개 국가·지역 중 1위다. 기대 수명이 늘면서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일본을 따라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잘 따라가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저성장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한강의 기적’이라고도 불리는 1960~70년대식 고도성장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패배감에 젖어 저성장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건 경계해야 한다. 특히 내 아이가 나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거라는 부정적 인식은 저출산을 부추기고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악순환의 뿌리다. 그러니 당분간은 무한 긍정의 힘을 믿어보고 싶다. 2024년을 저출산 극복의 원년, 경기 회복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도록.




김경희(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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