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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 느낀다" 亞최고 명문 옛말…보안법에 학계 무너진 나라

2019년 11월 8일 시위 도중 사망한 홍콩 과학기술대 학생 차우츠록(周梓樂)을 추모하는 학생들. 로이터=연합뉴스

" “(정부가) 문제 삼길 원한다면 무엇이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홍콩에 더는 ‘레드라인’ 같은 건 없습니다.” "

홍콩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대학 교수의 말이다. 지난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후 한때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았던 홍콩의 대학에서 학자들이 떠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BBC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전까지 세계적인 교육 수준과 진보적인 학풍을 자랑하던 홍콩에선 2021~2022학년도에만 8개의 공립대학에서 360명 이상의 학자가 떠났다. 공식 자료에 따른 이직률은 7.4%로,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홍콩은 높은 교육 수준으로 많은 유학생이 선호하는 곳이었지만, 2019년 이후 유학생 등록도 13% 줄었다.



홍콩 학계에선 국가보안법이 체제에 대한 비판이라면 무엇이든 포괄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며 학계가 스스로를 검열하게 했고, 이에 지친 학자들이 떠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현재 홍콩 대학에선 해외에서 교수를 초빙하는 것은 물론, 연구 조교를 구하는 일조차 어려워졌다고 한다. 홍콩에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전공으로 학사 과정을 마친 학생들도 박사 과정에 등록하는 비율이 현격히 줄었다. 홍콩 메트로폴리탄대 정치학자 스테판 오르트만은 “자유로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근심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생이 지난 2019년 11월 12일 시위에 나섰다가 공안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익명을 요청한 홍콩 중문대의 한 학생도 “나와 친구들 모두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탄했다. 사회학을 전공하는 그는 추후 논문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중국의 정치나 역사 등 과목은 아예 듣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할 당시 홍콩의 대학생들은 캠퍼스 등에서 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지만, 이젠 대자보가 붙었던 벽이 모두 비어 있다.

BBC는 홍콩에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들을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까지 존재하고 있어 홍콩인들의 걱정이 실존하는 것이라 전했다.

지난 2020년 홍콩을 떠난 한 중국 전문가는 “홍콩은 서구권 밖에 존재하는 학문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점차 중요성을 키워가고 있었다”며 “20년의 발전이 법 하나로 무너진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김홍범(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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