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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세 알’, ‘삶은 옥수수’가 치료비...쪽방촌 치과엔 정이 넘친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 주민이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서울시
‘대추 세 알, 삶은 옥수수, 상추, 가지….’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이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에 진료·치료비 대신 내민 과일·채소다. 센터 치료비는 원래 무료다. 하지만 쪽방 주민이 “(이젠) 깍두기를 제대로 씹을 수 있겠다”며 이렇게 감사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 운영 1년
구강관리센터는 지난해 12월 1일 돈의동 쪽방상담소 5층에 문을 열었다. 경제적 부담 등으로 제때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하는 쪽방 주민의 구강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쪽방 주민은 다른 65세 이상 서울시민보다 ‘경제적인 이유로 치과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10.5배 많다는 설문결과도 있다. 돈의동 쪽방촌에는 490여명이 살고 있다. 1970년대 들어 하나둘 생긴 빈집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들어오면서 쪽방으로 변했다고 한다.

치아 건강이 좋지 않은 고령의 쪽방 주민 중에는 먹는 게 신통치 않다 보니 건강까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서울시와 우리금융미래재단, 행동하는의사회가 손을 잡고 센터를 만들었다.
2020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겨울 모습. 뉴스1
임플란트 수술까지 '척척'
센터 면적은 26.4㎡에 불과하나 치과진료의자 2대와 파노라마(x-ray) 등 전문 장비를 갖췄다. 스케일링부터 불소도포·보철치료·틀니·임플란트 수술까지 가능하다. 운영은 일주일에 3회(월·화·목)다. 행동하는의사회 소속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18명이 돌아가며 환자를 맞고 있다. 자원봉사형태로 참여 중이다. 치과위생사 한 명은 상근한다.

지난 1년간 구강관리센터에서 진료를 받은 쪽방 주민은 753명(누적)이다. 이들은 임플란트 수술, 틀니치료 등을 통해 구강 건강을 되찾았다. 태어나 처음 치과 치료를 받아봤다는 이들도 있었다. 쪽방 주민 A씨는 센터를 처음 찾을 때 멀쩡한 앞니가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다. 입을 다물면 ‘합죽이’가 됐다. 치과 진료 원칙은 원래 치아를 살려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상태가 워낙 좋지 않은 이를 뽑은 뒤 부분 틀니치료를 받았고 현재는 이를 꽉 다물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상담소에서 열린 '쪽방주민 무료 치과진료사업 소감 발표'를 듣고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쪽방 주민, "진짜 치과"라며 엄지척
구강관리센터 운영 1년간 사연도 쌓였다. 치과 치료가 겁나 처음에 센터를 도망치듯 나온 쪽방 주민이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의료진에 설득돼 생애 첫 임플란트를 한 사연, 칫솔질 교육 때 10분 넘게 의료진이 직접 구석구석 쪽방 주민 이를 닦아준 사연도 있다. 쪽방 주민 B씨는 “찌꺼기가 많이 나와 엄청 부끄러우면서도 정말 개운했다”며 “쪽방 치과가 ‘진짜 치과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4일 돈의동 쪽방상담소에서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 1주년 성과보고회’를 열고 사업 확대방안 등을 모색했다.

행동하는의사회 회원인 한동헌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쪽방 주민은 치아가 없는 분이 많기에 씹을 수 있는 보철치료가 가장 중요하다”며 “보철치료 후에는 관리도 매우 중요한데 구강관리센터가 주민 스스로 구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 개소식 모습. 오세훈 서울시장(사진 가운데) 등 내외빈들이 개소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쪽방 주민 무료치과 진료사업은 철저하게 주민 수요와 생활 특성을 반영해 기획하고 두 협약기관(우리금융 미래재단, 행동하는의사회)과 함께 기초부터 튼튼하게 세워 온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서울시는 소외된 시민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마음을 북돋고, 활짝 웃게 하는 복지 사업’을 발굴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민욱(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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