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뚜렷해진 3축 체계 강화 기조…국방예산 '80조 시대' 연다
국방부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약 349조원이 투입되는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방위력개선과 전력운영에 들어가는 재원이 연평균 7%씩 증가하는 방식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2028년에는 국방예산 80조원 시대가 열린다.
3축 체계 신규사업 14개 배정…GDP 대비 국방예산 3% 육박하나
12일 국방부에 따르면 연도별 국방예산은 2024년 59조6000억원, 2025년 64조3000억원, 2026년 70조원을 거쳐 2027년 74조8000억원, 2028년에는 8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방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2.54%에서 3%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당국은 3축 체계 능력 강화에 공을 들이면서 방위력개선 분야의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축 체계 예산은 5년간 41조5000억원으로 전체 방위력개선비의 36.4%가 배정됐다”며 “3축 체계에 신규사업 14개가 편성되면서 2023~2027 국방중기계획 대비 약 2조원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초소형 위성 띄워 북한 30분 주기 감시
3축 체계 중 선제타격 개념인 킬체인(Kill Chain) 영역에선 '425 사업(군 독자 정찰위성 개발 사업)’ 위성 5기를 2025년까지 띄울 뿐 아니라 2030년까지 초소형 위성 수십기도 궤도에 올린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425 사업 완성으로 위성 5기가 정상 작동하면 북한을 2시간 단위로 들여다볼 수 있는데, 초소형 정찰위성 40여기를 추가로 띄우면 그 주기를 30분 내로 단축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고체연료 미사일의 연료 준비 시간이 20~3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타격 전 북한의 이상동향을 파악하는 게 그만큼 용이해진다.
이번 계획에 포함된 군집·자폭드론, 전자기펄스탄(EMP탄), 정전탄(탄소섬유탄) 등 개발도 킬체인과 연관돼있다. 무게 3∼4㎏가량의 폭탄을 탑재한 드론 수십여 기로 북한 지도부와 발사 원점을 타격하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MP탄은 강력한 전자기펄스를 방사해 적 전자장비 부품의 오류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전탄은 전도가 높은 니켈과 탄소섬유를 결합해 만든 자탄이 터져 나와 적의 전력망을 파괴한다. 군 당국은 정전탄의 경우 2028년까지 개발은 물론 전력화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EMP탄과 정전탄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전 단계에서 무력화할 수 있다. 이른바 '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 개념이다.
복합·다층 방어체계 구축, 참수부대 능력 강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와 관련해선 현재 개발 중인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Ⅱ)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를 2028년까지 전력화하겠다는 내용이 처음 포함됐다. M-SAM-Ⅱ(천궁-Ⅱ)는 고도 30∼40km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 방어체계로 ‘한국형 패트리엇’으로도 불린다. ‘한국형 사드’인 L-SAM은 종말단계에서 하강하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고도 50∼60㎞에서 요격한다.
요격 고도를 40㎞ 이상으로 높인 M-SAM-Ⅲ, 요격 고도 60∼150㎞를 담당하는 L-SAM-Ⅱ도 개발한다. 이들 무기체계는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 미사일의 능력을 겨냥하고 있다. 예컨대 L-SAM-Ⅱ는 ‘공력비행’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하는 활공 단계 요격 유도탄을 함께 운용한다. 북한이 개발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활공 단계에서 회피 기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군 당국은 또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에 L-SAM 운용부대를 창설해 체계적인 요격망을 운용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고도 40∼150㎞의 상층부를 방어하는 주한미군 사드,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 등과 함께 복합·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국방부의 구상이다. '한국형 아이언돔' 장사정포 요격체계도 2 029년까지 개발될 수 있다고 한다.
대량응징보복(KMPR)으로는 '현무' 등 고위력·초정밀·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이 꼽힌다. 비닉 사업(대외비 국방 기술 사업)으로 개발되는 신형 현무 미사일의 경우 8t의 탄두를 싣고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목표물을 때릴 수 있어 ‘괴물 미사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하 100m 이상 깊이에 자리한 김정은 벙커에 직접 타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무인기 등 북한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도 이번 계획에 담겼다. 무인기를 전파 교란 등 비물리적 방식으로 무력화하는 능력을 확보하고, 레이저 대공무기 등으로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도 전력화한다.
文 정부 역점 둔 경항모·합동화력함, 사실상 원점 검토
반면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경항모 사업은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9년 발표된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서 2030년대 초 전력화를 목표로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항모는 현 시점에서 추가적 연구용역을 진행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처음 제시한 합동화력함 도입 계획도 담기지 않았다. 합동화력함은 유사시 적 육상지역 표적을 바로 타격할 수 있도록 함정에 미사일을 탑재하는 한국판 ‘아스널십(Arsenal Ship)’이다. 본토의 미사일 기지 전체가 초토화되더라도 해상에 상시 떠 있는 함정에서 ‘제2격(Second Strike)’의 개념으로 반격 발사가 가능해 적국의 공격 결심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합동화력함 사업의 추진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해군 주관으로 개념설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업 모두 사실상 원점 검토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부대계획 분야에선 상비병력 50만 명을 유지하는 동시에 군 구조를 피라미드에서 항아리형 구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초급간부는 올해 6만7000명에서 2028년 6만4000명으로 3000명 줄이고, 중·소령 및 상사 등 중간간부는 같은 기간 5만1000명에서 5만7000명으로 6000명 늘리기로 했다. 50만 명 중 간부 규모는 20만1000명에서 20만2000명 수준으로 확대된다.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현상을 대비한다는 취지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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