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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내년 신입 판사 달랑 21명…정쟁에 멈춘 법관 증원법

10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새로 임명된 판사들이 선서하고 있다. 뉴스1
내년 신임 법관 선발 인원 규모가 평년 대비 10~20% 규모로 쪼그라들 위기다. 정부가 발의한 ‘법관 증원법’ 처리가 1년 넘게 국회에서 미뤄지는 사이 법관 정원이 포화 상태에 달했기 때문이다.

1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법관 정원(3214명) 대비 현원은 3193명에 달했다. 현재 결원이 단 21명뿐이란 것은, 내년 신입 선발 규모가 10~20명대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신임 법관은 ▶2020년 158명 ▶2021년 157명 ▶2022년 139명 ▶2023년 123명 등 세자릿수로 선발돼 왔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내년 2월 1일 임관 예정인 전담법관 규모까지 고려하면, 법관 정원 여유분이 거의 바닥 난 상황”이라며 “당장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2024년도 신임법관 선발 절차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입이 이렇게 줄어들면, 휴직자 규모를 감안할 때 실제 재판에 투입 가능한 ‘가동 인원’이 감축된다는 것”이라며 “자칫 재판부 수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7대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식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퇴장하는 조 대법원장을 향해 손뼉을 치고 있다. 뉴스1
법관 정원이 턱 끝까지 차오른 것은 국회에서 1년 넘게 법관 증원법(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이 계류됐기 때문이다. 법관 정원은 2014년 법 개정으로 370명 증가해 3214명이 된 이후 9년째 동결돼 있다. 그 사이 정원은 서서히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12월 법무부를 통해 법관 정원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370명 증원하는 법안을 냈다. 재판 지연 문제가 심화하자 ‘국민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위해 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여야 정쟁 속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쭉 볼모로 잡혀있다. 국민의힘은 “검사 증원 없이 법관 증원 없다”며 검찰 증원 법안 동시 처리를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검사는 절대 못 늘린다”고 맞서면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민주당은 “검찰을 증원하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정원도 동시 증원하자”는 요구도 얹었다.

법관 증원법 처리가 이렇게 오래 지연된 적은 없었다. 1990년 이후 법관 증원법은 정원이 포화 상태에 달할 때마다 이미 6차례에 걸쳐 국회에서 통과됐다. 때마다 여야가 합심해 법안 발의일로부터 15일~125일 이내면 처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정치권이 재판지연을 비난하면서 정작 그 해결책인 법관 증원을 손 놓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최근 법원 내부에서 ‘법관 증원’ 필요성이 커지는 것은 개별 사건 처리를 위해 투입되는 법관의 ‘절대적 노동량’이 늘어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서울중앙지법 소속 한 판사는 “사회가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전문성은 심화하면서, 판사가 하나의 판결문을 쓰기까지 살펴야 할 사건 기록이 점차 방대해지고 있다”며 “결국 개별 사건에 법관이 들여야 하는 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판사 1명이 1년간 처리할 수 있는 사건 건수는 줄어들고, 반대로 국민이 받는 재판 기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2021년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법관 업무부담 및 그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홍보람)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기록량은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서울중앙지법의 분야별 평균 사건 기록을 2014년과 대비한 결과 ▶기업·조세 관련은 76페이지→508페이지 ▶환경 관련은 150페이지→900페이지 ▶언론 관련은 128페이지→ 703페이지 ▶노동 관련은 292페이지→326페이지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만큼 법관이 작성하는 판결문도 길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에 따르면, 2023년(1월 1일~10월 31일 선고) 기준 판결문 한 건 당 평균 분량은 2019년 대비 ▶건설 분야 13.8 페이지→ 19.9 페이지 ▶노동 분야 14.6 페이지→ 18.52페이지 ▶의료 분야 12페이지→18페이지 ▶기업 분야 14.6 페이지→17.4 페이지 등 최대 50%가량 늘었다.

같은 법원의 부장판사는 “최근 법관들이 워라밸을 추구하는 성향이 뚜렷해진 데다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등의 효과로 인해 과거처럼 밤샘 노동으로 적체된 사건을 쳐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관 증원 말고는 재판 장기화 문제의 숨통을 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윤지원(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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