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없이 통신내용 수집”…美 '해외정보감시법' 올해로 끝나나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5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으로 최근 미국 본토의 테러 위험이 ‘새로운 차원’으로 고조됐다”며 “테러리스트 그룹이 미국을 겨냥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FBI의 702조 권한을 박탈하는 것은 일방적인 무장 해제가 될 수 있다”며 702조의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7월 “702조로 획득한 정보 덕분에 미국은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잔혹 행위에 맞서 전 세계를 결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702조는 지난 2008년 해외 테러 등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됐다. FBI를 비롯해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수사당국이 의심 가는 해외의 외국인이나 기관, 정부의 통화·문자메시지·메신저·e메일 등 통신 내용을 구글·애플 같은 미 정보기술(IT) 기업과 통신사에서 영장 없이 수집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정보 수집 대상 외국인이 미국인과 연락했을 경우 해당 미국인의 통신 내용도 수집할 수 있다. 수집을 위해선 ‘비밀 법원’이라고 불리는 외국정보감시법원(FISC)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인만을 상대로 한 감청보다 훨씬 허가를 받기도 쉽고 그 대상 범위도 넓다. WSJ은 “702조는 미 정보기관들이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감시 도구 중 하나로 꼽힌다”며 “매일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정보의 절반 이상이 이 조항을 통해 수집된 것”이라고 전했다.
702조의 운명을 결정하는 미 의회는 초당적인 지지를 보였던 법 제정 초기와 달리, 현재는 재승인 반대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 조항을 지지했던 공화당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FBI의 수사 이후 미 당국의 정부수집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의원들이 많아졌다. 민주당에서도 미국 시민의 개인정보 침해를 막으려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인 딕 더빈 상원 법사위원장은 지난 6월 “702조에 중대한 개혁이 있을 경우에만 재승인을 지지하겠다”라고 밝혔다.
일단 의회는 702조의 효력을 내년 4월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내년에 시행될 국방수권법안(NDAA)에 포함했다. 이르면 다음 주 NDAA가 표결에서 통과될 경우 의회는 702조의 재승인이나 일부 개정 또는 폐기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조금 벌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이후 재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 702조가 규정하는 (도·감청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양당 의원들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702조가 마지막으로 재승인됐던 2018년에도 상·하원 의원 3분의 1 정도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미 행정부가 론 와이든(민주·오리건) 상원의원 등이 내놓은 보호 조항을 추가해 702조의 재승인 개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와이든 의원 등은 "702조를 4년 더 연장하되, 미국인 관련 데이터 수집 시 법원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추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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