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각자도생 싸움판"…정치판 꼬집은 '올해의 사자성어'
원래 논어 헌문편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이 등장하지만, 올해의 사자성어는 이와 정반대 의미인 견리망의가 선정됐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 정치란 본래 국민들을 바르게 다스려 이끈다라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개인 생활에서도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 피싱 등 사회가 견리망의의 전시장이 된 느낌"이라며 "올해는 교육에서도 내 아이 편익을 위해 다른 아이나 선생님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사건이 많이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2위는 335표(25.5%)를 얻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 꼽혔다.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을 선택한 교수들은 "전 정부 탓만 하며 합리화하기 급급하다", "최고위, 또는 고위 책임자가 하위자나 외부 세력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라고 비판했다.
3위는 323표(24.6%)를 얻은 '남우충수(濫竽充數)'였다. '함부로 피리 부는 사람의 숫자를 채우다'는 남우충수는 실력도 없는 사람이 자리를 얻는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를 선택한 교수들은 "갖가지 연줄이나 윗 사람에게 잘 보여서 자리를 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위에는 '흙탕이나 숯불 속에 떨어졌을 때의 괴로움'을 뜻하는 '도탄지고(塗炭之苦)', 5위는 '여러 의견이 뒤섞여 혼란스럽다'는 뜻의 '제설분분(諸說紛紛)'이 꼽혔다.
교수신문은 매년 전국 교수 설문조사를 통해 그 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 2021년에는 '도둑을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 2020년에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된 바 있다.
남윤서(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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