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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 서울 여행의 무료 길잡이…서울 미래유산 100% 활용법

안녕하세요. 지난 10월 레터에서 서울 산책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 ‘서울 미래유산’을 소개했는데, 기억나시나요? 서울, 특히 구도심을 걷다 보면 붉은색 금속판에 새긴 ‘서울 미래유산’ 인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시간과 역사가 깃들어 들여다볼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서울시에서 지정·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오늘 비크닉에선 지난번 레터에서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서울 미래유산을 나타내는 붉은 인장. 사진 서울 미래유산

무료 답사 프로그램으로 숨은 보물찾기
서울 미래유산을 답사하는 가장 대표적인 오프라인 이벤트는 ‘동행매력 서울투어’ 프로그램입니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서울 여행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 투어인데요. 김정미(46세) 씨는 이 투어에 7번이나 참여한 ‘마니아’입니다. 우연히 SNS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발견해 신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는 남산 자락 아래 ‘해방촌.’ 이름의 유래는 물론, 땀을 흘리며 힘들게 올라갔던 언덕배기와 108 계단의 기억이 강렬했다고 합니다. 김 씨는 “평소 같으면 스쳐 지나가기 바빴던 서울의 거리에 스며든 역사적 의미를 알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마치 서울 구석구석에 숨은 보물찾기 같았다”고 말합니다.
김정미 씨는 곰 인형을 지니고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인증샷을 남기곤 한다. 사진 김정미

동행매력 서울투어는 서울 미래유산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매주 주말 미래유산이 포함된 서울의 이곳저곳을 함께 둘러볼 수 있죠. ‘자유와 예술의 거리, 대학로 투어’ ‘올림픽의 성지가 된 송파 여행’ ‘근대 기억을 따라 걷는 길, 남산 로드’ 등 타이틀도 매력적이네요. 약 스무 명 남짓한 답사 정원이 금방 채워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지난 11월 11일 투어가 18회 차였어요. 내년에도 투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홈페이지 즐겨찾기를 해두어도 좋을 것 같네요.



스티커 수집하며 ‘도장 깨기’도
여럿이 함께하는 투어도 좋지만, 혼자만의 서울 여행을 선택한다면 ‘스티커 여권 투어’를 추천합니다. 서울 미래유산의 약 50개 장소에 방문 후 스티커를 수령해 자신만의 서울 여행 여권을 만드는 거죠. 마치 ‘도장 깨기’랄까요. 갈 수 있는 모든 장소를 방문해 여권을 채우겠다는 목표의식을 은근히 자극합니다. 시민공모전을 통해 디자인되는 스티커는 각 장소의 모습을 매력적인 그림과 문구로 표현해 그 자체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고요. 한 곳에 배부한 스티커 약 1500장이 5개월 만에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김미선씨의 서울 미래유산 여권. 미래유산에 방문해 배부하는 스티커를 모을 수 있는 여권이다. 사진 김미선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미선(58세) 씨는 서울 미래유산 스티커 여권 투어의 매력이 푹 빠졌답니다. 김 씨는 개인 스케치 노트를 만들어 각 장소의 모습을 자신만의 그림으로 남겨두곤 합니다. 벌써 50장이나 노트가 빼곡하게 채워졌다고 하네요.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스티커가 예뻐서 모으고 싶었는데, 다니다 보니 나만의 노트를 만들고 싶을 만큼 서울 미래유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는 은평구에 위치한 ‘불광 대장간’을 꼽았는데요. 옛 방식으로 꼼꼼하게 만든 식도와 과도가 그렇게 탐이 났다고 하네요.
김미선씨는 개인 스케치 노트에 미래유산의 스티커와 함께 각 장소의 그림을 남기고 있다. 사진 김미선

보신각 타종, 서울광장… 모두가 우리의 ‘유산’
서울에는 발길 닫는 곳곳 시간과 역사의 필터를 끼고 들여다볼 만한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즐비합니다. 서울 미래유산은 이런 가치 있는 문화유산 중 특히 근·현대의 유산에 집중합니다.

현재도 쓰이고 시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근현대 서울의 유·무형 유산이죠. 박물관에 박제된 유적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유산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어요.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미래유산은 지난 2013년 선정을 시작해, 올해로 500개를 넘어섰습니다. 장소로는 400여 곳, 무형 유산으로는 100여 개가 지정됐죠.
보신각 종을 새해 첫날, 삼일절 등 기념일에 타종하는 행사가 지난 2016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 서울 미래유산

예를 들어 1486년 도성의 문을 여닫는 종으로 쓰이다 광복 이후 시민과 각종 기념행사를 함께 기억하고 나누는 행사가 된 ‘보신각 타종’, 대한민국 근현대 주요 사건의 발생지였지만 현재 시민들과 행사·축제 등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가 된 ‘서울광장’이 대표적이죠. 과거 서울을 대표하는 정수장에서 현재는 생태공원이자 친환경 물놀이터가 된 ‘선유도 공원’ 같은 곳도 있습니다.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기억과 감성을 지녔고, 앞으로의 미래 세대에게도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더 오래 남도록, 미래유산 수리 지원
도입 초창기 서울 미래유산은 발굴과 선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앞으로는 이를 잘 보존하고, 시민들이 잘 향유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단순히 길거리에 붙어있는 붉은 현판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찾아주고 기억할 때 살아남아 미래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것이니까요.

이런 취지로 서울 미래유산 지원 사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 미래유산은 기본적으로는 민간이 주도해 보존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 위기에 놓인 미래 유산이 늘어가고 있어요. 서울시에서는 ‘미래유산 소규모 수리 및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서울 미래유산 노후화 방지를 위해 소유자가 신청할 경우 심의를 통해 최대 2000만원까지 소규모 공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실비를 지원하는 사업이죠.

종로구 혜화동 ‘한무숙 문학관’이 수리 지원 혜택을 받은 대표적 미래유산입니다. 『등불 드는 여인』, 『만남』 등의 작품을 집필한 소설가 한무숙의 사택인데요. 창작의 산실이자 문학적 자취를 되새겨볼 수 있어 지난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습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한무숙 문학관. 사진 서울 미래유산

20세기 초 유명 대목장인 심목수가 건립한 정취 넘치는 옛 가옥은 어느새 70여년의 세월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아시아 건축가협회로부터 ‘아카시아 건축상’을 받기도 했죠. 문학도만이 아니라 건축사나 건축과 학생들도 자주 찾는다고 하네요.

한무숙 작가의 장남인 김호기 관장은 “전시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야 관람객들이 더 잘 관람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조명이나 기와가 낡아가고 전시 공간이 어두워 고민이 많았는데, 미래유산 수리 지원 덕분에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서울시 미래유산 소규모 수리 및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통해 문학관의 낡은 기와와 조명 등을 수리했다. 사진 서울 미래유산

50년 100년이 쌓여 위대한 유산이 된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에서 50년, 100년은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면 미래 세대에게 문화유산으로 전달될 기회조차 없겠죠. 어제도 오늘도 우리 옆에 존재했던 일상을 미래를 위해 남겨둔다는 게 서울 미래유산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유지연(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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