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급 삼가”만 30번…비자금 9000만원 의혹 日 실세 장관
일본 집권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의 ‘핵심’ 인물로 확산되고 있다.일본 아사히신문은 8일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61) 관방장관이 1000만엔(약 9000만원)이 넘는 비자금을 받고도 이를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방장관은 일본 총리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차기 ‘총리’가 되는 관문으로 여겨질 정도다. 마쓰노 장관의 비자금 의혹이 보도되자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마쓰노 장관의 거취 등에 대한 언급 없이 “실태를 파악하면서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언급 피하겠다”만 30번 반복한 실세 장관
‘언급 삼가’란 말을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난 1일부터 지금껏 30여 차례 반복한 마쓰노 장관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는 지난 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조(兆) 단위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임무에 맞지 않다”며 마쓰노 장관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그가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2023년 5월 기준 소속 의원 100명)의 사무총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아베파의 주요 인사로 꼽히는 그는 지난 2019년 가을부터 2년간 사무총장을 지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지난해 총격으로 사망한 상황에서 파벌 내에서 이뤄진 정치자금 내역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인물로 지목된다.
자민당 각 파벌은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행사를 열고 파티권을 판매해왔다. 소속 의원들이 할당된 파티권을 20만엔(약 180만원)에 개인이나 단체, 법인에 판매하는 식이다. 관련 법령에 따라 이렇게 모인 금액은 모두 보고서에 기재해야 하지만, 검찰은 각 파벌이 이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할당량을 넘겨 모금한 경우엔 의원들의 비자금으로 돌려줬다는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아베파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5년간 1억엔(약 9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착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파벌정치의 일본, 정권 영향은?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자신이 이끄는 파벌인 고치카이(宏池会·소속 46명) 회장직을 내려놓은 것에 대해서도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21년 총리 취임 후에도 파벌 회장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총리가 되고서도 파벌 회장을 유지한 사례는 지난 2009년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이후 처음이다.
마이니치는 “총리가 회장을 계속한 것은 파벌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당초부터 총리가 공무와 정무 선 긋기를 모호하게 해 ‘문제’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제 와서 (파벌 회장을) 벗어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수사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국민민주당 간부의 발언도 전했다.
김현예(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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