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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요소 이어 '비료 원료' 수출 통제…日은 강온전략으로 맞섰다

지난 6일 대전의 한 농협 창고에서 직원이 요소비료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산업 기초 원료에 대한 중국발(發) 수출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해법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언급하지만, 쉬운 길은 아니다. 앞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중국이 인산암모늄 수출 통관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현재 중국 통관에서 지연되는 수입 물량은 없다”고 밝혔다. 인산암모늄은 화학 비료와 소화기 분말의 주원료다. 한국이 올해 1~10월 수입한 인산암모늄의 95.3%가 중국산이다. 문태섭 농식품부 첨단농기자재종자과장은 “내년 5월까지 공급 가능한 인산암모늄 재고를 갖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모로코·베트남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내 업체가 만들어 수출하는 인산암모늄을 국내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산암모늄을 요소로 바꿔도 상황은 비슷하다. 요소로 만드는 요소수는 경유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데 쓴다. 공장·발전소에서도 쓰는 필수 소재다. 인산암모늄과 마찬가지로 중국산 수입 비중이 90% 이상이다. 최근 중국이 요소 수출을 통제하자 최재영 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은 “요소 비축분이 3개월 치 이상인 만큼 긴급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공공 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언제든 제2, 제3의 필수 원료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1000만 달러 이상 수입품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를 넘는 품목의 55%가 중국산이다. 일본(13%)·미국(9.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반도체 주요 원자재인 불화수소·네온·제논은 62∼81%, 2차전지 핵심 재료인 인조흑연은 93.3%를 중국에 의존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중 패권경쟁의 한가운데 고리에 한국이 낀 상황에서 중국이 요소·인산암모늄뿐 아니라 다양한 희소자원으로 보호무역 전선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수출을 통제한 뒤에야 허겁지겁 의도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식의 허술한 산업 자원 경보망 시스템부터 다잡는 게 우선이다. 뒤따라 항상 거론되는 근본 대책이 ‘공급망 다변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값싸고, 구하기 쉬운 중국산을 두고 굳이 다른 나라에서 대체품을 수입할 유인이 없다”며 “민간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역할론’이 강조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원 빈국인 데다 미국과 동맹 관계로 얽힌 일본의 과거 대응 사례가 주목된다. 중국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을 겪은 2010년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희토류는 전자제품 필수 소재다. 일본의 당시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90%에 달했다.

당시 일본 대응을 돌아보면 “중국의 단기 보복은 감내해야 한다”며 의연하게 대응한 점이 돋보인다. 당장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다. 중국 이외 나라로 수입 망을 다변화하고 호주·인도·카자흐스탄·베트남 등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따냈다. 결과는 일본의 승리였다. 희토류 가격이 폭락해 오히려 중국이 타격을 입었다. 일본은 지난해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65.6%까지 떨어뜨렸다.

정부가 강 대 강으로 밀어붙였다면, 기업은 물밑에서 교류를 이어가는 ‘강온(强穩) 양면’ 전략도 펼쳤다. 중·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했을 때에도 재계 인사가 집단 방중해 중국과 교류를 이어갔다. 2015~2016년엔 일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한 일·중 경제협회 대표단이 잇따라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와 만났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양국 간 대립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지만, 민관의 전방위 대응 덕분에 양국 경제관계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며, 수출 통제조차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과, 갈등도 불사한 채 무역 전면전을 추구한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줘 희토류를 덜 쓴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정면대응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희토류 분쟁 이후 언제든 중국의 ‘경제 쇄국’ 조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생산시설은 물론 수출입 시장을 중국 외에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 다변화하는 내용의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1)’ 전략을 추진한 배경이다. 반드시 중국이 필요할 땐 홍콩·대만·태국 등 화교 기업과 손잡고 ‘우회 공략’을 추진하는 식의 완충장치도 마련했다.

뒤늦게나마 한국판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으로 불리는 공급망 기본법이 시동을 걸었다.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정부 산하에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안보를위한공급망안정화지원기본법안’(공급망기본법)이 통과됐다. 지난해 10월 법안을 발의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법안이라 공청회에 이어 소위원회를 4차례 했고,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뒤로는 여야 정쟁으로 국회 일정이 파행돼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법안에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소속 공급망 안정화 위원회 설치 ▶3년마다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 마련 ▶한국수출입은행에 공급망 안정화 기금 조성 등이 담겼다. 다만 법은 큰 틀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는 수준의 내용인 데다, 내년 6월 이후에야 시행된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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