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연장’으로 버틴 부동산PF 리스크…최악 '15조 손실' 전망도
그간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연명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대거 부실화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재차 점화하자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를 비롯해 건설회사 및 제2금융권과 릴레이 회의에 나서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벌인 노력은 주로 대출 만기 연장 조치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끄는 조치였다. 예컨대 최근에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르피에르 청담’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단기 차입금) 채권자 협의회가 464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만기를 지난 8월에서 내년 5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르피에르 청담’은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 자리에 최고 49층짜리 고급 주거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다. 강남 ‘노른자 땅’도 부동산 대출 위험이 크다는 점을 드러냈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만기 연장으로 시간만 벌어준 사업장이 꽤 있다”고 전했다.
시간을 벌 수는 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만기 연장은 이자 부담만 늘리는 등 부실을 더 악성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도 더뎌지는 마당에 부실 PF 사업장에 '인공호흡기'만 달아주는 꼴이라는 것이다.
이미 부동산 PF 관련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에는 노란불이 켜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17%다. 지난해 말 1.19%에서 올 3월에 2.01%를 기록한 이후 2%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17%를 넘어서며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 6월 말 5조5000억원으로 다른 금융권 대비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이에 관리 가능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치솟은 연체율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증권회사의 PF 대출 연체율이 다른 금융회사보다 너무 높다”라며 “15%가 넘는 연체율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비수도권 지역이나 후순위 대출을 많이 보유한 회사의 신용 등급 악화는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는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김대현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 상무는 “부동산 PF 부실로 중소형 증권회사 및 일부 2금융권 회사 등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의 PF 업무 총괄 부사장과 만나 부동산 PF 시장 현황 및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건설회사 등 부동산PF 시장 참여자와도 회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PF 부실 현실화 우려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5일 한국 경제 잠재 리스크 중 하나로 부동산 PF를 지목하며 “모두가 아는 (위험인) 부동산 PF는 소프트랜딩(연착륙)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 사업장에 대해선 구조조정을 해나가되 일부의 부실이 시장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 대해선 경·공매 처분 등을 통해 정리하는 등 ‘질서 있는 연착륙’ 방침을 강조해왔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 한국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부동산 PF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긴 하지만 부동산 경기 부진 심화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라며 “일부 지방 사업장 등의 부실이 금융 불안과 같은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황의영(ha.namhyun@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